등록 : 2006.12.25 18:59
수정 : 2006.12.25 18:59
사설
달동네의 삶은 고단하고 팍팍했다. 서울 상계동 양지마을 8평짜리 단칸방에서 <한겨레> 기자가 한 달 동안 직접 겪고 부대낀 이웃들은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현실 앞에서 절망하고 신음했다. 아빠와 함게 정부 보조금으로 생계를 잇는 15살 은경이는 학교 간식도 특강도 엄두를 내지 못한다. “가난 자체는 이길 수 있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게 더 고통스럽다”는 말에는 가슴이 먹먹할 뿐이다. 어디 이 아이 뿐이랴. 빈곤층 청소년들을 위한 시설은 아직도 민간 차원의 ‘공부방’이 사실상 전부다. 2년 전부터 정부가 ‘지역아동센터 지원사업’을 시작했지만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여성 가장들은 밤낮 부업을 해도 한 달에 십수만원 벌이에 만족해야 한다. 취업을 돕는 자활후견기관이 있지만 괜찮은 일자리는 하늘의 별따기다. 그나마 정부 지원액이 적고 수혜층이 얇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한부모 취업 여성의 65%가 저임금 일용직에 종사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양육과 노동의 짐을 동시에 짊어진 이들이 빈곤의 악순환을 뛰어넘지 못하는 까닭이다.
달동네 주민 대부분은 의료사각 지대에서 또다른 고통에 신음한다. 특히 홀로된 노인들은 온갖 잡병에 시달리지만 대부분 진통제로 연명한다. 의료급여 수급권자라도 노동력이 있으면 치료비를 일부 내야 하고, 명목상의 부양자가 있으면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하는 ‘집안 환자’로 남는다. 방문 간호사들은 1명이 수천명을 돌봐야 하는 현실 앞에서 발만 구를 뿐이다.
달동네는 절대 빈곤층뿐 아니라 많은 차상위 계층들이 삶의 희망을 일구는 곳이다. 이들한테 기본적인 사회 안전망을 제공하고 빈곤의 악순환에서 헤어나올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정부와 국회가 할 일이다. 그러나 올해도 국회는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는 명분으로 정부의 복지 예산을 집중적으로 삭감하기로 했다. 지역아동센터 지원사업도, 방문 간호사 확대 방안도 모두 쪼그라들 게 분명하다.
빈약한 사회 안전망이라도 효율적으로 움직이면 다행이다. 그러나 방문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는 서울 노원구가 서초구의 20배에 이른다. 기초적인 공공의료마저 심각한 양극화 덫에 걸려 있는 셈이다. 치솟는 아파트값 때문이 아니라 삶의 터전인 단칸방조차 빼앗길까 두려운 이들이다. 정부와 국회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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