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12.25 19:00 수정 : 2006.12.25 19:00

사설

주요 대학들이 대학입시를 통해 교육제도를 흔들어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태 전에만 해도 내밀한 고교 등급제 실시로 평준화 정책을 무력화하려 했다. 고교 등급제가 힘들어지자, 이번엔 수능비교 내신제를 편법 적용해 공교육을 더 망가뜨리려 하고 있다. 집요한 교육정책 흔들기가 그저 놀랍다.

이태 전 고교 등급제 파문이 확산되자, 문제의 사립대학들은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그런 구상 자체를 한 바 없고, 시행할 계획도 없다’고 발뺌했다. 지역간, 학교간 차별을 두는 것은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안이었다. 평준화라는 정부 정책에 대한 정면 도전이기도 해, 심각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의혹은 사실상 진실이었다. 문제가 제기된 뒤 시행된 2006년도 1학기 수시모집에서 연세·고려·이화여대에 합격한 강남 고교 및 특목고 출신 인원수는 이전보다 많게는 50%까지 줄었다.

비교 내신제는 수능 성적을 내신 성적으로 환산해 적용하는 제도다. 외국 고교 졸업생, 검정고시 합격자 등 내신 산출이 불가능한 이들을 위한 제도다. 내신 성적 반영률을 높여 공교육을 정상화하려는 현행 정책을 따른다면, 그 적용 대상은 최소한으로 제한돼야 한다. 학교생활기록이 있는 이들에게 적용되어선 안 된다.

이런 제도를 특목고생에게 유리하도록 적용한 것은 고교 등급제보다 질적으로 훨씬 더 나쁘다. 일반 고교생들에겐 불이익을 주는 것이기에 그렇다. 고려대 성균관대 등은 특목고생에겐, 학교 내신과 수능 비교 내신 가운데 유리한 것을 선택하도록 했다. 특목고생들은 학교 성적이 나쁘면 비교 내신을 선택할 수 있으며, 아예 1, 2학년 때부터 학교수업을 포기하고 수능에 전념할 수도 있다. 비교내신 만점 기준도 형편없이 낮아 웬만하면 만점을 받을 수 있으니, 학교 교육에 연연해할 필요도 없다. 수능과 내신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일반 고교생에 비하면 엄청난 특혜다. 둘째로는 공교육을 더욱 유명무실하게 한다. 일반 고교생들이 같은 조건을 요구할 경우, 학교나 정부는 이를 거부할 수 없다. 택일한다면, 누가 수능과 학교 교육에 모두 전념해야 하는 길을 선택할까.

일부 대학의 공교육 및 교육정책 흔들기를 얼마나 더 지켜봐야 할지 답답하다. 양식에 호소하는 일도 한계가 있다. 단호한 정부 대책을 촉구한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