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나라 사람으론 첫 우주인이 될 후보 두 사람이 어제 뽑혔다. 공모한 3만6206명을 대상으로 지력·체력·성품 등을 고려해 가려낸 사람들이니 ‘최고 한국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이 2008년 봄 러시아 우주왕복선 소유스호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에 가면 우리나라는 지구촌에서 서른다섯 번째 우주인 배출국이 된다.뒤늦게 우주인 배출국이 되는 게 뭐가 대단하냐고 할 수도 있다. 실제 미국·러시아 등 우주 선진국뿐만 아니라 시리아·몽골·베트남·아프가니스탄 등 개도국들도 이미 우주인을 배출했다. 고작 여드레 동안 우주정거장에 머무는 대가로 러시아에 180억원을 내는 건 낭비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소모적이고 전시성 짙은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하는 이도 없지 않다. 아주 그른 말은 아니다.
명심해야 할 것은 우주개발의 중요성이다. 우주개발 기술은 21세기 산업을 이끌 첨단기술의 하나다. 질 높은 정보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현대전을 뒷받침할 주요 수단이기도 하다. 아울러 우주개발 기술은 국가 위상 및 인류의 미래와도 관련된다. 지구촌 사람들은 중국이 3년 전 미국·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하는 걸 보면서 중국의 부상을 실감했다. 얼마 전 미국 항공우주국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달에 사람이 상주할 기지를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주 식민지 시대가 가시권에 들어온 셈이다.
10여년의 역사에 그치는 우리나라 우주개발 기술의 수준도 만만찮다. 발사체 기술은 뒤처지지만 인공위성을 만드는 역량은 세계 10위권이라고 한다. 지난 7월 쏴올린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2호는 해상도 1m급의 정밀한 지표 영상을 찍을 수 있다. 이번에 뽑힌 첫 우주인의 주요 과제는 과학실험 수행인데, 우주에서 과학실험을 한 나라는 아직 아홉밖에 없다. 인공위성을 발사할 고흥우주센터도 내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우주개발은 집중 투자가 있어야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빼면 전문가 그룹이 빈약한 것도 우리의 단점이다. 그런 만큼 정부의 의지와 기획·조정 능력이 필수적이다. 몇 사람을 우주로 보낸다고 기술이 비약하진 않는다. 국민에게 꿈을 주는 ‘한국인 우주인 시대’를 맞으려면 이제까지 한 것보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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