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27 19:13
수정 : 2006.12.27 19:13
사설
‘용산 민족·역사공원’ 조성을 위한 정부안이 확정됐다. 핵심부지(메인포스트·사우스포스트) 81만평을 공원으로 조성하고 주변 자투리땅은 복합시설로 개발하는 게 뼈대다. 공원 경계를 명시하는 등 서울시 요구를 일부 수용했지만, 최대 쟁점인 정부의 용도변경 권한은 삭제하지 않았다. 당장에 서울시와 환경단체들은 “개발 여지를 더 넓혔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효율적인 공원 조성과 도시개발을 하자면 정부의 용도변경 권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별법에 여러 단서를 달았고 공청회와 자치단체 협의를 거치는 안전장치도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용도변경 사유라는 게 ‘공원의 기능·효용 증진’ ‘기존 시설의 합리적 활용’ 등 지극히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다. 막개발을 막으려는 단서라는데, 오히려 귀걸이 코걸이식 해석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
나아가 특별법은 지하 개발을 위한 용도변경을 명시했다. 공원 이용객 편의 시설이 필요하다는 명분인데, 쇼핑몰 등 대규모 시설을 짓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핵심 터 매각이 불발되고 대규모 지상 개발도 여의치 않자 지하 개발로 눈을 돌린 것이다. 공원 주변의 기존 상업시설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고, 현재의 도시공원법으로도 공연장이나 간단한 부대시설은 지을 수 있다는 지적에는 귀기울이지 않았다. 정부는 자투리땅 개발만으로도 막대한 차익을 챙기게 된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개발 여지를 넓히고 용도변경 권한을 고집한다. 공원 조성보다는 미군기지 이전 비용을 마련하는 게 주된 목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용산공원 사업은 그리 서두를 일도 아니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이 연기된 터이고, 미군이 떠난 기지의 환경오염을 치유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무엇을 어떻게 만들지 광범위한 의견 수렴과 청사진도 없이 절차법부터 만들 이유가 없다.
용산공원을 서울 도심의 생태 숲이자 서울을 남북으로 잇는 녹지 축으로 만들자는 게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였다. 수도 한복판에 80여만평에 이르는 녹지 공간을 갖게 된 것은 장차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원이기 때문이다. 기지 이전 비용은 대체 터 매각이나 국·공채 발행, 재정 지출 등 다양한 논의를 통해 해법을 찾을 일이다. 정부가 할 일은 미군이 오염시킨 땅과 물을 깨끗이 청소해 시민들 품으로 돌려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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