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12.27 19:14
수정 : 2006.12.27 19:14
사설
새해 예산안이 우여곡절 끝에 어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학법에 발목 잡혀 해를 넘기는 것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는데, 해 안에 처리된 건 다행스런 일이다. 예산안 처리가 늦어져 국가 운영이 파행을 겪는 지경이 됐다면, 정쟁만 일삼는다는 국민의 질타가 국회에 쏟아졌을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사사건건 부딪치면서도 예산 심의는 열심히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학법 등으로 여·야가 극한 대립을 하는 와중에도 예산심사 소위의 예산 심의 작업은 계속됐다고 한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사이 견제가 심했던 탓도 있겠으나, 어쨌든 국회가 예산을 꼼꼼히 들여다 봤다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지나치게 세부적인 항목까지 따져 공무원들이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는 뒷말이 나올 정도였다.
열심히 한 건 거기 까지였다. 마무리에선 또 고질병이 도졌다. 심의는 강도 높게 했지만 결국은 여·야 흥정으로 끝났다. 예산 삭감액이 미리 정해지고 세부 예산이 짜맞춰지는 모습이 재연됐다.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해 1조3400억원이 깎였는데, 이 삭감액은 예산안 심의 이래 가장 많은 금액이다. 국민 세금을 아끼고 민생을 돌보는 마음에서 예산을 깎은 것이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일이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못했다. 2조원을 순삭감하려는 한나라당과 5천억원 삭감 선에서 마무리지으려는 열린우리당 사이의 명분 싸움과 흥정에 민생은 뒷전에 있었다. 특히 사회복지와 일자리 창출 예산 등 양극화를 완화하고 소외계층을 돌볼 예산이 대폭 깎인 반면, 도로건설 지역개발 등 선심성·민원성 예산은 크게 증액된 모습에 또한번 실망할 수밖에 없다. 당리와 정치적 계산 속에서 나온 선심을 소외 계층의 삶보다 우선 순위에 두는 정치인들의 의식 구조가 안타깝다.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예산안과 한묶음인 예산 부수법안(조세특례법 개정안)은 부결시키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벌어졌다. 여·야 다툼과 의원들의 무지가 낳은 결과였다. 새 임시국회를 여는 방편으로 잘못을 바로잡긴 했으나, 의원들이 어디에 정신 팔고 있었는지 딱한 노릇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오죽했으면 방청석을 지키던 경위들의 입에서 ‘한심하다’는 소리까지 나왔을까. 정치권을 향한 기대가 무망함으로 돌아오는 것을 거듭 겪지만, 다시 한번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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