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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2.29 17:59 수정 : 2006.12.29 17:59

사설

경주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본사 이전 문제로 전쟁을 치르고 있다. 경주 시민들이 시내 쪽과 양북·양남·감포 등 동경주 쪽으로 나뉘어 서로 본사를 유치하겠다고 한치 양보 없이 대립하고 있다. 한수원은 일단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방폐장)이 있는 양북면 장항리로 본사를 옮기겠다고 발표했지만 시내권 주민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노조 역시 회사의 기자회견을 실력으로 무산시키고 사장을 일시 억류하는 등 사태가 커지고 있다.

방폐장 터가 경주로 결정될 때부터 대립과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었다. 국책사업에 따른 주민 반발을 돈으로 무마하는 방식은 결국 그 몫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다시 대립과 갈등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그런데도 방폐장 위치만 결정한 뒤 한수원 본사 이전 문제 등 후속 조처를 지자체에 떠넘겨 놓고 수수방관했다. 지자체장도 방폐장 유치에 급급한 나머지 적극 찬성하면 방폐장 반지름 5킬로미터 안에 한수원 본사가 온다고 함으로써 논란 소지를 키웠다. 무책임한 태도들이다.

주민 갈등이 심화하자 본사는 장항리에, 사택은 시내에 짓는다는 고육책을 찾았으나 이런 식의 타협이 해답이 될 수는 없다. 먼 길을 오가야 할 직원들의 처지도 딱하지만, 무엇보다 국책사업을 둘러싼 의사결정이 원칙과 기준이 아니라 나눠먹기로 정해지는 나쁜 선례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물론 지역 주민의 의견도 반영돼야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이해관계에 국책사업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앞으로 혁신도시로 공기업 이전이 줄을 잇는다. 한수원처럼 해결하다가는 공기업이 뿔뿔이 흩어져 혁신도시 건설 취지는 무색해지고 지역 주민간 갈등은 더욱 심화할 수 밖에 없다.

방폐장 이전 문제가 주민투표로 결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이번 사례는 주민들에게 돈다발을 갖다 안기는 식의 해결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분명히 보여줬다. 정부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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