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01 19:10
수정 : 2007.01.01 19:10
사설
새해부터 국립공원 들머리에 시인마을이 들어섰다. 입장료가 폐지되면서, 전국 매표소 188곳 가운데 69곳을 탐방지원센터로 바꾸고 시인마을이라 이름 붙인 것이다. 탐방객들의 발걸음을 위압적으로 막아서던 곳이 탐방객을 시의 세계로 이끄는 곳이 되었다니, 국립공원의 기능 전환을 알리는 뜻깊은 이정표다.
시인마을에선 우선 탐방객이 산행 중 시를 읽을 수 있도록 시집을 빌려준다. 관리공단은 이미 민족문학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우리의 옛시조부터 현대시 시인에 이르기까지 100여 명의 시 500편을 가려뽑았다. 10권 가운데 5권을 제작해 비치했고, 나머지 5권도 제작 중이라고 한다. 아름다운 골짝에서 혹은 높은 산정에서 음미하는 시의 울림이 얼마나 클까. 지난해 탐방객이 2700만여 명에 이르렀으니, 국립공원한테 국민의 마음속, 시의 밭을 일구는 시인학교 구실을 기대해도 좋을 것같다.
공공기관은 작은 변화만으로도 국민의 삶의 질을 크게 바꾸곤 한다. 국립공원 관리의 변화는 그 좋은 실례다. 그동안 예산 당국은 수익자 부담 원칙을 고집했고, 공단은 그저 입장료 받기에만 열심이었다. 이들의 안중에 국민의 건강과 휴식이란 없었다. 국민의 3분의 2 이상이 이용하는 곳이라면 마땅히 세금으로 관리해야 했다. 그래서 탐방객은 이런 국가기관이 불쾌했고, 매표소 주변엔 입장료를 회피하는 샛길이 거미줄처럼 생겼다. 이런 시각은 이제 바뀌게 됐다. 국립공원은 시인학교로서 시민의 가장 평안한 휴식처로 바뀌고, 공단은 도우미 구실을 하게 됐으니 말이다.
바람이 있다면 시인마을이 국민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일이다. 시집이나 빌려주는 것으로 시인마을을 자처할 수는 없다. 국립공원 매표소에 시인마을을 세우는 문제는 이미 〈한겨레〉도 몇몇 시인들과 함께 논의한 바 있다. 여기서 확인된 중요한 원칙 가운데 하나는 시인과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운영이었다. 공단은 지원자로 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단이 조금 더 변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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