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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03 19:11 수정 : 2007.01.03 19:11

사설

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해 온 평택 대추·도두리 주민들과 정부 사이 대화가 재개됐다. 정부와 주민 대표들이 새해 들머리에 만나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합의하고 구체적인 이주·생계지원 방안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3년 넘게 극단적인 갈등과 대결 양상을 빚어 온 평택 사태가 대화의 물꼬를 튼 사실만으로도 반갑고 환영할 일이다.

대화 재개는 주민과 정부가 한발씩 물러섰기에 가능했다. 구속된 주민 대표가 지난해 말 보석으로 풀려나자 주민들이 먼저 대화를 제의했고, 정부는 법원이 허가한 강제집행을 유보하고 이를 수용했다. 서로 양보를 통해 어렵게 만든 협상 테이블인 만큼 성실한 대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평화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가 진지하고 성의있는 협상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겉으론 대화를 하겠다면서도 실제론 물리적 힘에 의존해 지속적으로 주민들을 압박해 왔다. 국무총리가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겠다”고 공언한 얼마 뒤에 자진출두한 주민 대표를 감옥에 가뒀다. 곳곳에 철조망을 쳐 영농과 통행을 제한하고 빈집들을 강제로 부수는 등 남은 주민들의 삶을 사실상 고립시켰다. 주민들의 대화 제의는 이처럼 벼랑끝에 몰린 절박한 상황에서 나온 것임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갈등의 골이 깊은 만큼 대화와 협상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당장에 주민 대표들은 “아직 합의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이주를 기정사실화하려는 듯한 정부의 협상 태도를 비난했다. 대결과 충돌로 켜켜이 쌓인 불신의 벽을 깨는 게 어찌 쉽겠는가. 정부가 이달 중순까지 이주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식으로 밀어붙인다면 주민들로선 대화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주민들의 절박한 처지를 이용해 요식적인 협상으로 제 뜻만 관철하려 한다면 대화 성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군기지 이전 일정이 사실상 연기된 터에 시간에 쫓길 이유는 없다. 정부는 주민들이 대화의 진정성을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힘의 균형을 잃은 일방적인 협상은 갈등의 불씨를 남길 수밖에 없다. 당장의 문제 해결에 급급해 새로운 대립과 갈등을 부른 전례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주민들 스스로 대화를 선택한 만큼, 실질적 진전이 이뤄지게 해야 할 정부의 책임은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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