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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03 19:11 수정 : 2007.01.03 19:11

사설

새해 초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소식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15일 경기 부천역에서 일하는 비정규 청소용역직 여성 노동자가 철로변에서 숨졌으나 아직까지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사건을 비정규직의 열악한 여건 탓으로 단정하는 건 섣부르지만, 피해자가 힘없는 비정규직이기에 유족이나 동료들이 느끼는 비애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의 비애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법원행정처는 비정규직 법률 시행을 앞두고 계약직들을 모두 해고하고 업무를 용역으로 전환하라는 공문을 전국 법원 등 산하기관 60곳에 보냈다고 한다. 오는 7월부터는 비정규직을 2년 이상 고용하면 ‘고용 기한이 없는 고용계약’을 맺은 걸로 보는 법률이 시행된다. 이번 공문은 이런 상황을 대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비정규직 고용 안정을 내세워 추진한 법률이, 우려했던 것처럼 비정규직의 고용 불안을 부채질하는 법률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기막힌 것은 비정규직 법률의 핵심 원칙인 ‘비정규직 차별 금지’조차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이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의뢰를 받은 5명의 법학자들은 어제 공개한 보고서에서 차별 시정 제도의 법리적 허점을 지적했다. 법률은 유사한 업무를 맡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합리적 이유없이 차별하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차별시정 신청기간과 노동위원회의 조정 방식 때문에 차별에 맞서는 게 아주 어렵다는 것이 학자들의 분석이다.

수사기관이 비정규직들에게 우호적인 것도 아니다. 울산지검이 어제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업체의 불법 파견 혐의에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이 이를 상징한다. 2004년 현대차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는 노동부에 불법 파견 조사를 요청했고, 울산노동지청은 그해 말에 업체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는 데 1년이 걸렸고, 검찰은 다시 1년이 지나서야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결정이 온당하냐를 논하기 전에, 수사기관의 시간끌기부터가 문제다. 한시가 급한 노동자들은 이런 늑장 대처를 보면서 수사기관이 자신들의 편이 아니라고 느낀다. 게다가 노동부의 판단을 뒤집는 결정이 나왔으니, 그들이 반발하는 건 불보듯 뻔한 일이다. 이렇듯 비정규직 차별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정부는 ‘비정규직 보호 의지’만 되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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