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04 19:18
수정 : 2007.01.04 19:18
사설
이용훈 대법원장이 변호사 시절 받은 성공보수금 5천만원을 세무신고에서 누락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법원은 “수입명세서를 세무사가 옮겨 적는 과정에서 한 건을 빠뜨린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내지 않은 세금 2700만원은 수정 신고를 통해 뒤늦게 납부했다고 밝혔다. 이 대법원장 본인도 “신앙인으로서 속인 일이 없다”며 거듭 소명했다. 변호사 시절 소득 60억여원을 모두 정상으로 신고했는데 5천만원 한 건을 탈세 목적으로 누락했겠느냐는 것이다.
대법원장 본인의 잘못이 아니고 고의적인 탈세가 아니라는 해명과 정황에 수긍이 가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러나 경위야 어찌됐건 결과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은 책임까지 피할 순 없다. 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으로서 최고의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는 자리요, 검증 기준 또한 누구보다 엄격할 수밖에 없다. 탈세 논란과 도덕성 시비가 이는 것 자체가 실망스런 일이다.
탈세 의혹은 이미 두어달 전부터 제기됐고, 대법원장 본인도 언론 취재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신고 자체가 누락됐다면 인사 검증 과정에서 걸러질 수 없었을 터이니, 의혹이 있다면 다시 한번 자체적으로 엄격히 검증할 필요가 있었고 시간도 충분했다. 그러나 언론이 구체적인 탈세 사실을 제기한 뒤에야 뒤늦게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시인했다. 고의성이 있거나 아니면 대충 넘어가려 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법원 일각에선 누군가 의도적으로 대법원장을 흠집내려 한다는 의심을 하는 모양이다. 이번에도 엄격히 제한된 개인의 세금신고 내역이 언론에 유출된 경위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러나 대법원장 본인의 고백처럼 “무한대의 검증”을 달게 받아야 할 자리다. 과거와 같은 공작정치가 실재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에 기대어 도덕성의 흠결을 감출 순 없는 노릇이다.
이 대법원장은 지난해 한 일간지에 “10원이라도 탈세했다면 직을 그만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나아가 일선 법관의 청렴을 여러차례 강조했고, 변호사 업계의 수임료 누락 관행에 대해서도 강도높게 비판한 바 있다.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여론이 이는 까닭일 것이다. 당시에는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상황 논리에 기댈 일이 아니다. 형식적인 유감 표명보다 천금 같은 무게를 지녀야 할 발언에 대한 책임감과 자성이 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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