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04 19:19
수정 : 2007.01.04 19:19
사설
뿌연 분말로 자욱한 울산 현대자동차의 시무식장 사진이 어제 아침 신문들의 지면을 장식했다. 회사의 지난해 연말 성과급 삭감에 항의한 일부 조합원들이 식장에 소화기 분말을 뿌려 시무식이 중단됐다고 한다. 국내 대표 기업이자, 민주 노동운동의 간판급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노사 갈등이 사회적으로 부각되는 건 흔히 이런 극단적인 장면을 통해서다. 여론은 감춰진 복잡한 사정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다가 갑자기 표출되는 단편적인 모습만 주목하곤 한다. 약자인 노조는 속사정을 몰라주는 이런 여론을 탓하지만, 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더욱 그제 일부 현대차 조합원들의 행동은 어리석었다. 과격한 행동은 결국 노조에 대한 반감만 키운다는 걸 생각해야 마땅했다. 이런 극단적인 모습이 쌓여가면서 여론이 노조에 등을 돌리는 게 지금의 현실임을 그들도 잘 알 것이다.
요구를 관철시키려고 물리력을 동원했다는 점에서도 이번 행동은 잘못이다. 노조는 파업을 비롯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킬 다양한 수단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단순 물리력부터 동원할 일이 아니다. 최후 수단이 아닌 물리력은 이제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걸 노조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비록 일부 조합원들이 무리한 행태를 보였지만, 그럼에도 현대차의 복잡한 노사 관계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노조만 탓해선 곤란하다. 이번 사건을 부른 사태의 핵심은 연말 성과급 논란이다. 애초 회사는 생산목표를 달성하면 성과급 150%를 주기로 했는데, 결국 실적이 목표에 못미치자 100%만 지급했다. 이에 노조는 그동안 성과급이 사실상 고정급처럼 지급되어 왔던 점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원칙론을 강조하는 회사의 강경한 태도가 노조를 감정적으로 자극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노조집행부가 노조창립 기념품 납품업자 비리 문제로 중도 사퇴하기로 함으로써 노조가 사실상 공백기라는 점에서, 노조 쪽은 회사의 이런 태도를 일종의 ‘도발’로 해석하기까지 한다.
국내 주요 기업 인사·노무 담당자들은 올해 노사관계가 지난해보다 더 불안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국내 대표 기업과 노조인 현대차 노사가 힘겨루기보다는 상생을 모색함으로써 어두운 노사관계 분위기를 반전시켜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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