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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05 18:50 수정 : 2007.01.05 18:50

사설

대선 예비주자들의 연초 세배 정치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원희룡 의원이 며칠 전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찾아 큰절을 한 데 이어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어제 전 전 대통령 집을 찾았다. 원 의원이 비난받은 것을 고려한 탓인지 큰절을 하지는 않았지만, 신년 인사차 한 예방이었다. 이 전 시장은 앞서 김영삼, 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 집도 방문했으며,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도 찾아 인사했다. 고건 전 총리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 등도 개별적으로 전직 대통령들에게 세배했다.

연초에 웃어른이나 평소 존경하는 사람을 찾아 세배하고 덕담을 듣는 것은 오래된 풍습이긴 하다. 그러나 세배는 매우 사적인 관계에서 주로 이뤄진다. 민주주의 제도나 정신이 뒤늦게 뿌리를 내린 탓인지 우리 정치판에는 오래 전부터 유력 정치인에 대한 세배가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단배식을 마치고도 별도로 당 총재 등의 집으로 또다시 세배하러 몰려다닌다. 유력 인사의 안방에서 주요한 정치적 결정이 이뤄졌던 낡은 밀실정치의 잔흔이다.

대선 예비주자로서 국가 운영과 관련해 원로 정치인의 견해를 듣는 게 목적이라면 떠들썩하게 기자들을 데리고 그들의 안방으로 인사하러 갈 일이 아니다. 사무실 등 공적인 장소에서 조용하게 만나 조언을 구하면 된다. 평소 개인적인 친분이 없던 원로들의 안방을 대선을 앞둔 해에 느닷없이 찾는 것은 그들이 각 지역에서 아직도 가지고 있는 정치적 영향력에 기대보겠다는 것 아닌가. 참으로 낡은 사고방식이고 구태의연한 행태다.

더구나 대통령과 주요 정당 대표를 지냈다는 이유만으로 무차별적으로 원로 정치인이라고 떠받드는 것은 위험하다.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인권을 유린하고도 반성이나 참회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대선 예비주자들이 잇따라 머리를 조아리거나 숙이는 것을 보면서 젊은 세대가 무얼 배우겠는가. 통합과 화합이라는 허울 아래 학살과 독재까지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이는 민주주의와 역사에 대한 모독이다. 비록 한나라당이 군사 쿠데타로 만들어진 공화당과 민정당에 뿌리를 둔 정당이기는 하지만, 역사에서 계승해야 할 것과 단절해야 할 것을 분명히해야 한다. 대선 예비주자가 이 정도 역사의식조차 없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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