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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05 18:51 수정 : 2007.01.05 18:51

사설

어제 한나라당 여성 대변인인 나경원 의원은 강재섭 대표의 뜻이라며 이렇게 발표했다. “적절하지 못한 표현으로 물의를 일으켜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 엊그제 출입기자와 당직자들과 연 오찬에서 강 대표가 쏟아낸 저질스런 성적 발언에 대한 사과였다.

한나라당으로부터 이런 유감 발표를 언제까지 들어야 할지 착잡하다. 최연희 전 사무총장이 여기자에게 저지른 성추행 사건이 불과 10개월 전의 일이다. 그 뒤 한나라당에선 의원들의 술집 종업원 성추행사건이나 당원협의회장의 성폭행 미수사건 등 성범죄가 잇따랐다. 그때마다 한나라당은 유감과 사과의 뜻을 표시했다. 이번엔 새해 첫머리부터 당 대표가 사무총장과 합작해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여기는 저질 발언을 한 것이다. 다른 정당으로부터 ‘성나라당’이라거나, ‘도덕적 금치산당’이라는 비난을 받아도 할말이 없다. 일각에선 강 대표 발언을 일상적인 객쩍은 농담 정도로 치부하려고 한다. 공개됐으니 문제가 됐다는 투다.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이나 간부들이 지난해에만 10여 차례 성추행 성희롱 성폭력을 자행한 것은 아마도 이런 빗나간 의식으로 말미암은 것일 게다.

강 대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집권 가능성이 높은 당의 대표로서 허구한 날 ‘대통령의 말’을 비난하면서, 자신은 저질 발언을 쏟아내는 걸 누가 용납할까. 둘째로 그는 주위에서 만류하는데도 성적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심각한 도덕불감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지난해 잇따라 곤욕을 치르고도 그런 발언을 쏟아내는 걸 보면, 기억상실증도 중증으로 의심된다. 넷째, 공당의 대표로서 우리 사회의 도덕이나 윤리 등 공적인 가치를 보호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문제의 신문 연재소설 ‘강안남자’는 국가기관인 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외설 등의 이유로 수십 차례나 경고를 받았다. 그런 소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이들에게 어떻게 나라를 맡길 수 있을까.

강 대표는 그날 들머리 발언에서 “당의 윤리기능을 강화해서 깨끗하지 못한 정당의 이미지를 100% 씻겠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표리부동의 전형이다. 생각하기에도 낯뜨겁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은 어제 “당 대표로서 스스로 정치·윤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작은 책임도 무겁게 지는 게 공인의 자세라는 걸 강 대표는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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