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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07 19:14 수정 : 2007.01.07 19:14

사설

증권선물거래소 생명보험회사 상장자문위원회가 국내 생보사의 성격을 주식회사로 규정해 계약자에 대한 상장차익 배분 없이 생보사 상장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줬다. 상장 때 발생할 엄청난 차익을 주주, 다시 말해 재벌기업들에 몰아주기로 한 것이다.

생보사를 주주가 주인인 주식회사로 볼 것이냐, 계약자가 주인인 상호회사로 볼 것이냐는 쉽게 결론짓기 어려운 사안이다. 나라마다 역사와 법적 형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실질이다. 법적 형태가 그렇다고 해서 성급하게 주식회사로 결론지어서는 곤란하다. 이번 결정은 생보사의 상호회사적인 성격을 사실상 부정하고 있다. 자산할당 모형의 문제점 등 학계와 시민단체가 제기하는 반론을 발목잡기로만 해석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적절한 상장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생보사 상장은 상장차익 배분 이전에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상장자문위도 인정했듯이 신뢰성의 문제다. 엄밀하게 따지면 생보사들은 계약자들을 위한 선의의 관리자 구실을 해오지 않았다. 생보사를 비롯한 재벌기업 계열 금융회사들은 수십년 동안 고객들의 돈을 이용해 사주와 계열사들을 지원하는 사금고 노릇을 해왔다. 삼성생명이 은행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차 어음을 싸게 매입하도록 했던 행위에 대해 대법원이 지난 5일 부당지원이라고 최종 판결을 내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우증권도 1999년 그룹이 해체되기 직전 하루 수조원씩의 자금을 조달하는 구실을 했다.

상장자문위 방안대로 상장이 이뤄지면 생보사를 소유한 재벌기업들은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차익을 얻게 된다. 삼성생명만 해도 삼성 쪽 지분이 30.94%다. 신세계와 씨제이까지 합치면 52.5%다. 장부상의 1주당 가치 63만원으로 계산해도 5조원에 달한다. 계약자들에게 돌아갈 몫은 몇백억원에 불과한 내부유보금뿐이다. 상장자문위는 생보사들에 공익기금 출연을 권유했지만 그렇게 해결할 일이 아니다.

금융회사를 사금고처럼 이용했던 재벌기업들에 엄청난 상장차익을 몰아주는 게 과연 올바른 일일까? 생보사 성격 규정이 기본 전제가 돼야 하지만 상장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정책적 판단도 필요하다. 재벌기업의 금융 지배를 막아야 할 정부가 생보사 상장차익을 재벌기업들에 몰아준다면 국민들을 설득할 명분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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