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08 19:07
수정 : 2007.01.08 19:07
사설
어제 현대자동차가 노조에 대해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고 한다. 연말 성과급 지급 액수에 대한 반발로 잔업을 거부하고 연초 시무식을 방해한 책임을 노조에 묻겠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노조는 서울 본사 상경투쟁 등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파업 등 좀더 적극적인 맞대응은 일단 자제했다. 이에 따라 곧바로 노사간 정면 충돌이 벌어지지는 않을 듯하나, 원만한 사태 해결을 기대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연초부터 사태를 대결로 몰아가는 것은 노사 어느쪽에도 이로울 것이 없다. 회사 상황은 원화 강세 등의 여파로 지난해보다 좋지 않을 거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노조도 집행부의 중도 사퇴 결정으로 상황이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노동운동 전반의 침체 또한 노조로서는 불리한 상황이다. 이런 점을 볼 때, 현대차 노사가 연초부터 정면으로 맞서는 건 공멸을 자초하는 어리석은 짓이다.
사태의 핵심은 표면적으로는 성과급 지급률 논란이지만, 이 논란 밑에는 두 쪽의 힘겨루기가 숨어 있다. 성과급은 노사가 합의한 조건대로 지급하면 그만이지만, 합의서를 노사가 제각각으로 해석하면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 논란은 그동안 고정급처럼 성과급을 지급하던 관행을 둘러싼 노사간 대결 성격이 아주 짙다.
아마도 회사는 노조 전반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지금이 관행을 깰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노조를 궁지에 모는 것이 꼭 회사에 유리하게만 작용하는 건 아니다. 당장 현대차 노조는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많은 조합원들이 회사의 강경 대응에 반발할 경우 이른바 ‘강성 노조’의 출현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대차 노조는 민주노총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생각해서도 그리 호락호락하게 물러서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 그래서 장기적으로 보면 노조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는 것이 회사로서도 그리 나쁘지 않은 일이다.
노조 쪽도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연초 시무식 방해 사태에 대해 사과하는 등 성의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노사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경영이 나빠진다면 실질적인 피해자는 회사라기보다 자신들이라는 걸 그들도 잘 알 것이다. 노사가 대결보다는 대화로 사태를 풀어야 하는 건, 그것이 결국 서로 이롭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사의 현명한 선택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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