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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08 19:08 수정 : 2007.01.08 19:08

사설

노무현 대통령이 “동해를 ‘평화의 해’로 부르는 게 어떻겠느냐”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제안했음이 뒤늦게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두 달 전 하노이 아펙정상회의 중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다. 비공식 제안이었다지만, 정부는 물론 민간 단체들이 국제사회에서 ‘동해 표기’를 위해 발벗고 뛰는데 대통령이 느닷없이 제안을 했으니, 파문은 당연하다. 일본으로선 한국이 동해 명칭을 포기할 수 있다고 왜곡 선전할 빌미를 확보하게 됐다.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의 바다가 동해로 불린 것은 일본이란 국호가 탄생하기(8세기) 이전부터였다. <삼국사기> 저자는 서기 37년께로 기록했고, 광개토대왕비(411년)에도 동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일본이 19세기 중반 이후 동아시아의 강자로 떠오르면서, 국제사회에서 이 바다는 일본해로 쓰이기 시작했고, 한반도 병탄과 함께 일본해로 굳어졌다. 국제수로기구는 간행물 ‘해양의 경계’ 1929년 판부터 일본해로 명시했다. 군사정권 시절 수수방관했던 정부가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에 들어서였다. 정부는 각종 국제회의에서 표기 변경을 요구했다. 사이버외교사절 ‘반크’ 등 민간 단체들도 각국 정부와 지도 제작사에 표기 변경 또는 동해/일본해 병기를 요청했다. 국회의 민족정기의원모임도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라고 표기의 변경을 함부로 제안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국과 일본 사이 묵은 현안을 해결하는 데서 돌파구가 된다 해도 마찬가지다. 국민적 합의가 선행될 때만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섣부른 행태와는 별개로, 우리 국민은 ‘동해’를 고집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태도인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동해로 통일하려면 일본의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차선은 동해/일본해 병기인데, 정부가 10여년 노력했지만 국제수로기구나 유엔지명표준화회의는 여전히 일본해로 쓰고 있다. 95%의 세계지도는 일본해로 표기한다. 따라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 국제사회를 먼저 설득하는 것이 낫다. 역사적 근거가 충분하다해도, 동해는 일본해처럼 한반도 중심주의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우리는 서해를 황해로 부르는 데 인색하지 않다. 이미 일부 학계에선 청해(푸른바다)나 우정의 바다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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