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08 19:09
수정 : 2007.01.08 19:09
사설
정계개편을 놓고 벌이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요즈음 행태는 한마디로 가관이다. 고위 당직자인 정책위의장과 당의장 쪽이 서로 “친북 좌파” “한나라당으로 가라”고 공격하는가 하면, 당내 입 달린 사람들은 모두 경쟁적으로 나서 한때 동지였던 사람을 헐뜯기에 여념없다. 2월 전당대회를 열어 질서있는 정계개편을 논의하자던 의원총회의 다짐은 온데간데 없다. 질서는커녕 기본적인 예의나 규범도 없다.
정계개편의 방향을 두고도 계보마다 의원마다 제각각이다. 열린우리당 사수론부터 시작해서 통합신당론, 민주평화개혁세력 통합론, 민생개혁세력 단합론, 중도세력 통합론 등 하도 많아 뭐가 뭔지 구분하기도 힘든다. 또 이른바 신당파 안에서도 선도탈당이니 질서있는 통합추진이니 하면서 의견이 맞선다. 이렇게 중구난방이고 지리멸렬한 자중지란 정당이 세상에 또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이런 모습은 정계개편을 둘러싼 노선 다툼과 주도권 싸움이 얽힌 까닭이다. 이 중 노선 다툼은 정당의 정체성을 분명히한다는 점에서 정계개편을 하든 말든 한번은 거쳐야 할 과정이기는 하다. 정치철학과 정체성이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같은 정당을 이룰 경우에 어떤 결말에 이르는지는 열린우리당이 잘 보여줬다. 경제정책과 대북정책 등에 대한 의견이 여야보다도 더 확연하게 다른 세력이 같은 정당을 꾸릴 수는 없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함께할 수 없을 정도로 의견차가 큰 세력끼리는 깨끗하게 갈라서는 게 맞다. 이런 점에서 강봉균 정책위의장의 정책노선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의미가 있다. 노선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진지하게 논쟁하기 바란다.
문제는 겉으로는 노선 다툼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속셈이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건 전 총리를 지지하는 여당 내 세력들이 열린우리당 실패책임론을 내세워 당내 다수파인 김근태·정동영 그룹을 흔들고 있다고 한다. 반대로 김·정 두 진영은 당내 기득권을 지키고자 정치적인 연합을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모두 통합신당의 대선 후보를 노리면서 올 연말 대선에서 이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착각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치열한 자기 반성이나 참회 없이 알량한 주도권 다툼에 넋이 나간 사람들이 만든 정당이라면 국민의 희망이 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