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09 18:44
수정 : 2007.01.09 18:44
사설
노무현 대통령이 현행 5년 단임의 대통령제를 4년 연임으로 바꾸고,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헌법 개정을 제안했다. 그동안 정치권 안팎에서 거론됐던 이른바 ‘원 포인트(4년 중임제) 개헌론’과 같다. 5년 단임제의 부정적 측면에 대해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독재자의 장기집권을 막으려는 목적에서 도입했던 단임제의 문제점이 지난 20년 동안의 시행과정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치권과 학계 일부에서 개헌론이 간헐적으로 제기돼 왔어도 공론화가 일정한 추진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개헌 시기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된 탓이 가장 크다. 시기의 적절성을 놓고 보면 대통령 임기(2008년 2월)와 국회의원 임기(2008년 4월)가 20년 만에 가장 근접하는 이번이 상당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은 분명하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 단축이 없어도 되기에 여야 합의만 되면 실현 가능성도 크다. 이 경우 개헌 절차를 4월이나 늦어도 5월까지 마칠 수 있다면 올 연말로 예정된 대선 일정에도 차질이 없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개헌론을 들고 나온 시기와 의도를 놓고 정치권의 불신의 벽은 쉽게 좁혀질 것 같지는 않다. 특히 개헌논의의 열쇠를 쥐고 있는 한나라당이 현재의 유리한 대선 판도가 흔들릴 것을 지극히 우려하고 있는 듯하다. 민노당도 개헌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개헌논의로 다른 중요 현안이 파묻혀버릴 것을 걱정하고 있다. 헌법은 국가와 공동체의 기본 규범으로, 만들거나 고칠 때 구성원들의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국회 의결에 재적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규정한 것도 그런 까닭이다. 노 대통령이 나라의 미래를 위한 진정성에서 개헌을 제안했다면 앞으로 한나라당 등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노력을 진지하게 기울여야 한다.
또한 한나라당도 논의를 회피만 해선 안 된다. 현재로서 가장 집권 가능성이 높은 정당이 국가 운영의 장래를 결정하는 사안을 두고 대선 구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개연성만으로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책임있는 태도가 아니다. 어차피 개헌안이 발의되면 국회의 논의는 불가피하다. 여야는 당리가 아니라 국익 차원에서 개헌 문제를 차분하고 진지하게 검토하길 바란다. 그게 성숙한 정치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