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11 07:31
수정 : 2007.01.11 07:31
사설
변호사협회는 징계·심사권을 반납하라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지난해 ‘군산지원 비리사건’에 연루돼 사직한 판사 출신 변호사의 소속지 변경 신청을 받아들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서울변호사회는 지난해 11월 “비리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해 등록 신청을 거부할 것”이라고 언론에 공표했다. 법조비리 근절을 위한 변호사 업계의 엄중한 자정 노력의 하나로 평가받았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공언대로 된 줄 알았던 일이 한 달 남짓 만에 은근슬쩍 뒤집힌 것이다.
변협은 당시 서울변호사회의 언론 발표는 단지 ‘의견’이었고, 현행 변호사법을 따르면 변경 신청을 거부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해명했다. 한심하고 뻔뻔스럽다. 법적 권한도 없는 의견을 발표한 것도 문제거니와 정반대 조처를 내리고도 이를 적극적으로 정정하지도 않은 것은 부도덕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생색은 잔뜩 내고 나쁜 일은 쉬쉬하고 넘어가려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과연 변호사 업계가 진정한 자정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변호사 업계가 ‘비리 판·검사도 옷벗으면 그만’인 관행을 없애겠다며 고강도 자정 대책을 내놓은 게 엊그제다. 판·검사 재직 시절 비리가 없었다는 확인서를 내도록 변호사 등록 규정을 강화했고, 사문화됐던 비리 변호사의 업무정지 요청권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이런 규제가 언제든 유명무실한 치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변협은 전문직 법정단체로서 국가가 위임한 각종 심사·등록·징계권을 자율적으로 행사하는 특권을 지닌다.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고집하면서 제식구에게 자의적이고 온정적인 잣대를 들이댄다면 일반 영리단체와 무엇이 다른가. 의지도 효력도 없는 권한이라면 차라리 반납하는 게 옳다.
이번 일의 근원은 법원이 비리 혐의가 드러난 판사들을 징계조차 하지 않고 사표를 수리한 데서 비롯됐다. 그 후로도 법원의 태도 또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검찰이 비위 사실을 통보한 법관 4명은 여전히 정상적인 재판 업무를 보고 있다. 징계 가능성이 높아지면 언제든지 사표를 내고 변호사로 나서도 막을 도리가 없다. 올 하반기부터 시행될 개정 변호사법은 법조윤리를 위반한 자를 징계 또는 수사를 의뢰할 수 있는 법조윤리협의회를 두도록 했다. 규제와 제도보다 앞서야 하는 건 엄중한 자정 의지와 노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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