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11 19:04
수정 : 2007.01.11 19:04
사설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을 <한겨레>에 기고했던 금태섭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결국 사표를 냈다. 검찰총장의 경고를 받고 비수사 부서로 좌천된 지 넉달여 만이다. 검찰 조직의 압박과 눈총, 인사상 불이익 등에 따른 부담감 탓이 컸으리라. 국민의 기본권과 검찰의 변화를 알리겠다는 한 평검사의 좌절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고 착잡하다.
금 검사야 자기 말처럼 “바깥에 나가 더 보람있는 일”을 하면 될 일이다. 문제는 그가 검사직을 접기까지, 검찰이 보여준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조직 문화와 행태다. 검찰은 금 검사의 기고를 조직을 해치는 행위로 다스렸고, 수뇌부 대책회의까지 열어 기고 중단을 압박했다. 나아가 징계 대상이 아니라는 안팎의 의견을 무시하고 총장 명의의 경고와 좌천 인사를 단행했다. 일거리도 주어지지 않았다니 사실상 ‘집단 따돌림’과 무엇이 다를까 싶다.
법무부는 지난해 인권국을 새로 만드는 등 인권 보호에 앞장서는 ‘열린 검찰’을 선언했다. 피의자의 진술권과 방어권을 대폭 강화한 수사 준칙도 마련했다. 인권보호 기관이라는 소임에 충실함으로써 권위주의적이라는 국민의 오해와 편견을 벗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 조직은 이런 약속을 지키려 한 구성원을 징계와 좌천으로 다스렸다. 불합리한 수사 관행을 성찰하는 계기로 삼기는커녕 ‘조직의 배신자’라는 낙인을 찍어 외면했다. 누가 검찰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겠는가.
검찰은 몇 해 전 일선 검사의 자율권을 넓히겠다며 상명하복의 검사동일체 원칙을 폐기했다. 그러나 조직의 비위를 거스르면 살아남기 힘든 상황에서 누가 감히 건전한 내부 비판에 나설지 의문스럽다. 다른 생각을 용인하지 않는 폐쇄적인 조직 문화를 버리지 않는 한 국민과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질 것이다. 검찰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탓하기 전에 변화를 거부하는 제 모습부터 찬찬히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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