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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12 18:55 수정 : 2007.01.12 18:55

사설

“왜 세상이 좋아졌다고만 하죠. 아직도 국가보안법은 위세를 떨치고 농민이나 노동자 사망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는데 …?”

박정기(78)씨는 지금도 다달이 한두 차례 서울 남영동의 옛 치안본부 대공분실을 찾는다고 한다. 지금은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로 바뀐 이곳에서, 1987년 당시 대학 3학년이었던 아들 종철씨가 경찰의 고문으로 숨졌다. 내일이 바로 그의 20주기다. 경찰이 “신문 중 책상을 ‘탁’ 하고 치니 ‘억’ 하고 숨졌다”고 태연하게 발표한 군사독재 정권 시절, 그의 비참한 죽음은 민주주의의 밀알이 돼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졌다. 대통령 직선을 비롯한 정치 민주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거대한 출발이 4·19 혁명이라면 6월항쟁은 그 정점에 있다. 전국 주요 도시를 메운 시민들의 물결은 그 규모와 열기에서 지구촌을 통틀어 유례없는 것이었다. 이후 평화적 정권교체를 몇 차례 이뤄내면서 한국은 짧은 기간에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성취한 모범국으로 국제사회에 자리잡았다. 박종철이라는 이름과 6월항쟁을 잊지 말아야 할 첫 번째 이유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민주주의는 만족스러운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 끝없는 정치 갈등은 불가피한 민주주의 비용으로 봐준다 하더라도, 갈수록 심해지는 양극화 구조와 계층간 분절은 민주주의의 기본조건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그동안 형식적 민주주의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사회경제적·실질적 민주주의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못한 탓이다. 시민들의 숨결이 느껴져야 할 자리엔 시장과 신자유주의라는 유령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고, 공동체 유지에 필수불가결한 사회적 연대 원칙마저 위협받는 게 현실이다.

이제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새로운 차원으로 나아가야 한다. 어떤 사회구성원도 배제하지 않는 더 많은 민주주의, 질높은 국민 생활에 기여하고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더 깊은 민주주의, 개인과 집단의 모든 관계에 윤기를 더하는 아름다운 민주주의를 구현해 나가야 한다. 거칠지 않으면서도 치열한 새로운 민주대장정이 필요한 때다. 이제까지 이룬 민주화의 성과가 누구의 전유물도 아니듯, 앞으로 이뤄야 할 민주주의도 건강한 모든 시민의 각성과 노력의 산물일 수밖에 없다. 박종철이라는 이름과 6월항쟁이 기억되고 기념돼야 할 더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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