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12 18:56
수정 : 2007.01.12 18:56
사설
노무현 대통령의 4년 연임제 개헌 제안을 놓고 국민들 사이에 논란이 많다. 반대하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찬성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정치권이 여야로 나뉘어 치열하게 대립하는 건 예견된 일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르고, 개헌을 보는 시선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쏟아지는 정치인의 말이 도를 넘어서고 있는 건 유감을 넘어 한심할 정도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며칠 전에 말한 ‘나쁜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박 전 대표는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에게 “참 나쁜 대통령이다. 국민이 불행하다.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냐”고 말했다. 이튿날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도 “내가 볼 때도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한나라당 내에서는 전·현직 대표의 ‘나쁜 대통령’ 발언을 두고 “정곡을 찔렀다” “속 시원하다”는 반응이 많다고 한다. 그런 분위기가 이어져서인지,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기자간담회에 대한 대변인 논평에서는 “코흘리개 골목대장과 같은 노무현식 논리”라고 말했다. 지나치다.
노 대통령의 표현대로 대통령이 ‘동네북 신세’가 된 지가 오래됐다 해도, 제1야당이 현직 대통령을 ‘나쁜 대통령’ ‘코흘리개 골목대장’이라고 공개적으로 조롱하고 비웃는 건 옳지 않다. 정책 비판이나 정치적 공격을 하더라도 국민의 손으로 합법적으로 뽑힌 대통령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 이는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민주주의 제도로서의 대통령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다. 이러한 금도가 무너질 때 되돌아오는 것은 자기 비하와 국가 위신의 추락뿐이다.
더구나 박 전 대표는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유력 정치인이다. 대중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속셈 속에서 나온건지 모르나 말은 가려 해야 한다. 거칠고 직설적인 말은 정치판만 황폐화시킨다. 당장 “참 나쁜 거짓말쟁이 박근혜 예비후보님”(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의 글), “교활하다”(노식래 열린우리당 부대변인 성명)는 여당 정치인의 맞대응을 부르지 않았는가.
정치는 흔히 말의 예술이라고 일컬어진다. 그만큼 참다운 말이 중요하다. 정치인의 말이 정제되고 품격이 있을수록 국민 정서도 안정된다. 품위 없는 말로 노 대통령이 수차례 곤욕을 치른 것을 보고도 정치인들이 깨우치지 못하면 그것도 나라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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