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14 18:48
수정 : 2007.01.14 18:48
사설
오늘부터 19일까지 서울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6차 협상이 열린다. 협상 시한인 3월 말도 멀지 않다. 막바지로 치닫지만 주요 쟁점에선 별로 진전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번 협상에서 무역구제·자동차·의약품·위생검역 등 핵심 쟁점이 걸린 네 분과 회의는 열리지도 않는다. 그래서 6차 협상보다 오히려 2월에 있을 7차 협상, 또는 그 이전 고위급 회담에서 이른바 맞바꾸기(빅딜)가 이뤄지지 않을지에 더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한-미 협정 반대론자 쪽에서 보면 빅딜을 통한 타결은 재앙에 가깝다.
이젠 협정 자체를 다시 생각해 볼 시간도 됐다. 돌이켜 협상 시작 때와 견줘 보면, 그나마 득으로 여겨지던 우리 쪽 주요 요구는 관철된 게 거의 없다. 개성공단 문제는 물건너 간 듯하고, 무역구제 절차 개선은 미국 쪽이 거부했다. 반면 투자자-국가간 소송제와 서비스 시장 등 분야에서 미국 주장이 스멀스멀 스며드는 모양새다. 우리 요구가 관철돼도 사회적 합의를 얻기 어려운 판에, 한층 후퇴한 협정을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지 회의가 깊어가는 형국이다.
지난주말 김성훈 상지대 총장을 비롯한 학계, 종교계, 시민사회 원로 10명이 협상 중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인식과 걱정에서였을 터이다. 원로들은 “현재의 상황은 성과를 장담하기 힘든 조건이며, 최종 타결을 밀어붙일 때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한다면서 “미국 일정에 따른 무리한 빅딜 등 (사회적) 합의 없는 타결을 강행할 경우 심각한 사회적 갈등과 국가경제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했다.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과 풍부한 식견에서 나온 충언이 아닌가.
정부는 협상 타결에 ‘올인’하는 자세에서 벗어나 협상 중단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후유증을 최소화할 대책도 준비하는 게 바람직하다. 협정 체결의 당위성과 시급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있지 않고, 협상 초기의 기대도 많이 퇴색한 현실을 정부 당국자들도 직시해야 한다. 물론 우리가 앞서 협상 중단을 선언하는 건 부담이 크다. 그러나 한·미 두 나라가 바라는 ‘질 좋은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현상황에선 어렵다면 협상 잠정 중단이나 시한에 얽매이지 않는 장기 협상으로 가자는 데 합의하지 못할 까닭도 없다. 무엇보다 시한에 쫓겨 사회적 합의 없는 무리수를 두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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