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16 19:02
수정 : 2007.01.16 19:03
사설
대선 예비주자 중 한 사람이었던 고건 전 총리가 17대 대선 불출마와 함께 정치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연말 대선까지는 아직 후보 경선 등 여러 절차와 많은 시간이 남아 있는데, 유력 예비주자가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은 뜻밖이다. 더구나 그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민통합 신당을 역설하는 등 활발하게 출마 준비를 해 왔다. 지지자들이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막을 정도로 당혹해하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일 것이다.
고 전 총리의 불출마 결정에는 지난해 후반부터 시작된 지지도 하락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저의 활동의 성과가 당초 기대에 크게 못미친다는 여론의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불출마 성명서의 내용에서 이를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정당에 소속해 있지 않는 무소속 정치인으로서 현실 정치의 높은 벽을 절감했을 법하다. 30%대에서 10%대로 지지율이 떨어지고 여권 통합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본래 정치권 밖에 있던 사람”으로서 ‘모든 것을 걸고’ 계속 끌고 가기가 부담스러웠을지 모른다.
이는 1%의 가능성만 있어도 끝까지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지푸라기를 놓지 않으려는 보통의 정치인과는 확실히 다른 부분이다. 빠른 상황 판단에 따른 깨끗한 결단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권력의지가 부족한 행정가형 리더십의 한계라는 지적도 가능하다. 또 이번 일은 민주정치의 근간인 정당 안에서 활동하면서 훈련받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기성 정당이 국민들에게 비판받고 외면받고 있지만, 정당 활동을 벗어나서는 자금이나 조직 면에서부터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 선거에서 제3 후보나 선거용 정당이 설립되는 전철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는 고 전 총리의 말은 정치인들이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고 전 총리의 중도 퇴장으로 현시점에서 5%를 넘는 예비주자가 범여권에 눈에 띄지 않고 특정 야당에는 유력 주자가 쏠려 있는 초유의 일이 나타났다. 특히 여권의 통합신당 추진 움직임에도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예비 주자의 부침과 퇴장은 경선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자연스런 일이다.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새로운 후보들이 나타날지 앞으로의 경선 과정에서 가장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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