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17 19:15
수정 : 2007.01.17 19:15
사설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을 지낸 이헌구씨가 회사로부터 2억원을 받은 혐의로 어제 구속됐다. 이씨는 위원장으로 있던 2003년 당시 회사 사장이던 김동진 현 부회장에게서 파업 철회 부탁과 함께 돈을 받았다고 검찰이 밝혔다. 김 부회장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기소되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이 계속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니 검찰의 주장을 기정 사실로 여겨선 곤란하다. 게다가 검찰이 사건을 발표한 시기도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2005년 5월 현대차 노조 간부들의 취업 알선 비리를 조사하면서 이 전 위원장의 계좌도 추적했으나 당시는 그를 기소하지 않았다. 그래서 노동계는 경영진의 공소시효가 지날 때까지 기다렸거나 최근의 노조 파업에 맞춰 노조 흠집내기용으로 들고 나온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하지만 이런 의혹과 별개로 이 전 위원장이 받는 혐의는 아주 충격적이다. 민주노조 운동의 상징과 같은 현대차 노조의 위원장이 만약 돈을 받고 파업을 중단했다면, 노동운동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어쩌면 강승규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의 비리 사건과 함께 민주노총의 최대 오점으로 기록될지도 모르겠다. 혐의가 사실이라면 현대차 경영진도 책임을 피할 길이 없다. 돈을 받는 것만큼이나 돈으로 노조를 매수하는 것 또한 용납될 수 없는 범죄다.
이번 사건 재판 과정은 회사와 노조의 뒷거래 실태를 모두 드러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노조는 물론, 회사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것이다.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고 건전한 노사 관계를 정립하는 건 노사 두루 이로운 일이다.
특히 노동계는 이번 사건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노조 관계자가 이런 혐의로 구속됐다는 것 자체를 위기로 인식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노조는 조합원들의 이익을 지키는 집단에 머물지 않고 사회의 비리와 잘못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진보세력의 한 축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도덕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데, 특히 정부와 자본으로부터의 재정적 독립이 중요하다. 노동계는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정부 등 외부의 지원금 따위까지 전면적으로 재검토함으로써, 노동운동이 부패할 여지를 없애는 노력을 적극 펼쳐야 한다. 이는 노동운동이 여론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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