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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17 19:16 수정 : 2007.01.17 19:16

사설

한국노총·한국경영자총협회·노동부가 그제 교육인적자원부에 제8차 교과과정 개편에 발맞춰 노동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건의문을 보냈다. 일단 바람직한 일로 평가한다. 우리나라 교과서를 보면 노동 기본권에 대한 설명이 지나치게 취약하다. 근로기준법과 노동삼권은 중학교 2·3학년 사회 교과서에 다섯 문장 정도로 언급돼 있고, 고교 1학년 사회 교과서엔 국민경제와 사회공동체 항목은 있어도 노동 부문은 없다.

실제로 서울 시내 직업전문학교 졸업생들 중에서 최저임금 미달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상당수가 최저임금법이 있다는 것조차 모른 채 “임금과 근로시간에 만족한다”고 대답한 조사 결과가 서울시의회 행정감사에서 확인된 적도 있었다.

교과서에 노동문제를 ‘장’ 또는 ‘소절’ 정도의 분량으로 다뤄야 한다는 제안은 다른 나라들의 보편적이고 타당한 현상을 뒤늦게 따라가는 것일 뿐, 결코 과도한 주장이 아니다. 독일에서는 초등학교 정규수업 과정에서부터 철저하게 노동문제를 가르친다. 초등학생들이 1년 동안 모의 노사교섭을 여섯 차례 진행하면서 서명운동, 항의문건·벽보 제작, 연설문 작성, 언론매체 인터뷰 방식까지 배운다.

프랑스에서는 고등학교 1학년 과정에서 인문·실업계 공통으로 ‘단체교섭 전략과 전술’을 중요한 비중으로 가르친다. 국민이 그러한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 사회 발전에 유익하다는 것을 역사 속에서 깨달은 나라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노동교육을 양적으로 늘리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일은 그 내용을 질적으로 바로잡는 것이다. 중고등학생들을 조사해 보면, 학교에서 교사한테 “우리나라는 노동기본권이 과도하게 보장돼 있어, 경제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배운 학생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교과과정 시안개발팀에 참여한 교사가 “경제 과목에 ‘노동’이라는 단원을 넣자”고 제안했다가 대학교수들로부터 “왜 특정 이념을 자꾸 강조하느냐?”는 힐난을 들었다고 호소한 적도 있다.

학교 노동교육 시간만 단순히 부풀렸다가는 노동자 권리에 대한 그릇된 이해를 확대 재생산할 위험이 있다. 노동교육을 강화하되, 제대로 해야 한다. 그래야 경영자들은 노동조합을 존중하게 되고, 노동자들 역시 노조를 이기적 이익 확보 수단으로 보는 좁은 안목에서 벗어나 사회 개혁의 주체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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