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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17 19:17 수정 : 2007.01.17 19:17

사설

건설교통부가 수도권과 충남에서 지난해 1월에서 10월 사이 있었던 토지거래 13만7460건을 분석한 결과를 그제 내놓았다. 절반이 넘는 7만4350건이 실수요로 보기엔 이상한 ‘특이거래’였다고 한다. 건교부가 특이거래라고 분류한 기준을 보면, 한 사람이 두 차례 이상 빈번하게 사들이거나, 미성년자가 산 땅, 두 차례 이상 증여가 이뤄진 거래, 6천 평방미터 이상 넓은 땅을 매입한 사례 등이다. 말 그대로 특이한 거래로 의심해볼 만하다.

특이거래라고 해서 모두 투기나 불법 거래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토지거래 건수의 절반 이상, 거래 면적으로 따지면 전체의 82.3%가 특이거래라는 사실은 투기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것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실제로 68차례에 걸쳐 1만1200여평을 사들인 서울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경기도 양평 일대 임야 등 15만평을 일곱 차례에 나눠 산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건교부는 특이거래 내역을 국세청에 보내는 한편, 토지거래 허가제 등 법 위반 여부도 조사해 불법이 드러나면 사법당국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번 조처로 토지시장이 정상화하리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이런 방침을 수없이 들었지만, 이번 토지거래 분석 결과는 당국의 다짐들이 모두 구두선에 그치지 않았냐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게 한다. 2005년만 봐도 불법 거래로 고발된 건 167건에 불과했다. 한 해 동안 불법 토지거래가 이것뿐이었다고 누가 믿겠나. 그러니 투기꾼들이 당국을 비웃듯 활개치고, 토지시장에서 특이거래가 정상거래를 압도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토지 관련 제도나, 제도의 실효성을 뒷받침할 행정력에 큰 구멍이 있지 않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불법·편법 투기가 판을 치는 건, 잘 적발되지 않을 뿐더러 설령 적발돼도 별반 손해볼 게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일 터이다. 일선 행정력이 달리는 것도 사실이나, 의지가 없어 단속하지 않는 탓이 더 클 것으로 본다. 관련 제도도 다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불법 투기가 적발됐을 때 치를 대가가 투기로 얻을 기대 이득보다 훨씬 크지 않으면 투기를 뿌리뽑기 어렵다. 불법 땅투기가 사라지지 않는 근본 원인이 어디 있는지, 제도와 행정력 등 전반에 걸쳐 다시 살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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