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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19 19:13 수정 : 2007.01.19 19:13

사설

일곱살 미만 어린이가 처방받아 먹는 항생제 양이 전체 평균치보다 갑절이나 많다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항생제 사용량(하루 권장량 기준)이 전체적으론 1000명당 23명분인데, 7살 미만은 무려 45명분에 이른다는 것이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어린이와 노인의 항생제 처방률과 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건 어느정도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항생제 처방률이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터에, 자라는 아이들이 어른보다 갑절의 항생제를 먹는다는 사실은 듣기만 해도 끔찍하다. 자연적인 면역력을 키워야 할 아이들이 항생제의 내성을 시나브로 키운다면 나라의 장래가 달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항생제 남용에 따른 내성균 발생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일반적인 감염 세균인 황색포도상구균에 쓰는 항생제의 경우, 덴마크는 내성률이 한자릿수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무려 70%에 이른다. 똑같은 약을 써도 우리는 30%의 효과밖에 얻을 수 없다는 얘기다. 가장 강력한 항생제로 알려진 반코마이신조차 우리는 내성률이 15%에 이른다. 어디 사람뿐이랴. 소·닭 등 축산 동물은 물론, 수산물·가공식품, 흙이나 지하수 등에서 분리한 병원성 세균의 내성률 또한 주요 선진국들보다 훨씬 높다. 어떤 항생제로도 치료할 수 없는 재앙이 올 수 있다는 국제 사회의 경고는 다름 아닌 우리 현실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재앙적 현실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은 여전히 미흡하다. 이번 조사에서 항생제 사용량은 일반 의원이 전체의 80%를, 진료 과목으로는 내과가 3분의 1을 차지했다. 세균 감염 등을 이유로 습관적으로 항생제를 처방하는 관행이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미국은 감기 환자한테 항생제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오스트레일리아는 처방 때 사유를 보고해야 한다. 감기의 항생제 처방만 줄여도 오남용 문제는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보건 당국은 지난해 감기 환자의 항생제 처방률을 처음 공개했다. 처방률 공개 이후 항생제 처방이 줄긴 해도 아직도 한참 부족하다. 항생제 남용 실태와 통계를 더 광범위하고 세밀하게 공개하는 등 사회적 감시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부적절한 항생제 사용이 드러나면 진료비 청구액을 삭감하는 등 엄정하게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 아이들의 건강을 항생제에 내맡길 순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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