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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22 19:00 수정 : 2007.01.22 19:00

사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베이징에서 열린 제3차 금융공작회에서 “중국은 보유 외환의 사용 경로와 방식을 적극적으로 탐색·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금융시장은 그의 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고위급 인사가 한 말인데다, 중국은 세계 최대 외환 보유국이어서 외환 운용의 작은 변화도 국제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의 말이 보유외환 다변화 논의를 재연시킬 수도 있다고 보는 듯하다.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의 외환 보유액은 2239억6천만달러에 이른다. 세계 5위다. 보유 외환에서 달러화 비중 줄이기는 각국 중앙은행 사이에 마치 게임하듯 펼쳐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제 금융시장 혼란을 초래한 나라로 비난받지 않는 수준에서 조심스레, 점진적으로 보유 외환 구성을 바꿔나가는 게임에서 뒤처지면, 앉아서 외환 보유액의 실질적 가치 감소라는 손실을 보기 십상이다.

물론 우리는 중국보다 입지가 좁다. 미국 눈치를 상대적으로 더 봐야 하는 처지고, 무역결제와 외채에서 차지하는 달러화 구성 비중이 80%를 넘어 섣불리 달러화 자산 비중을 줄일 수 없는 약점이 있다. 외환위기 경험도 정책 변화를 어렵게 한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외환 보유액을 마냥 쌓아 나가고, 그것도 미국 국채 위주로 운용하는 게 해답이 될 수는 없다. 어느 수준이 적정 보유액이냐를 두고는 논란이 있지만 통상 수입액의 3~6개월분, 또는 일년 미만 단기 외채 정도라고도 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외환 보유액은 이미 적정 수준을 넘었다. 수입액 6개월은 1500억달러 수준이고 단기 외채 기준으로 보면 1천억달러 안팎이다.

한국은행도 통화 구성과 투자자산 구성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는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외환 보유액 순증분 중 미국 국채 매입 비율은 다른 거대 외환 보유국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중동국들까지 보유 자산 중 달러화 비중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우리가 앞서 나가기는 어렵다 해도 세계적 흐름에 뒤처져서는 곤란하다. 각국의 보유외환 정책을 살피며 여러 가능성 아래 우리 나름의 방안을 찾아 앉아서 손해보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거대 외환 보유국들이 달러화 자산 비중을 줄일 때 닥칠 달러화 약세 가속화에도 대비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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