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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23 19:30 수정 : 2007.01.23 19:30

사설

시사주간 <시사저널>이 3주째 기자 없이 외부 인사들만으로 발행되는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기자들이 파업에 들어가자 회사는 전·현직 언론인들을 ‘편집위원’이란 이름으로 제작에 투입했다. 처음 두 번은 현직 일간지 기자들의 도움까지 받아 제작됐다. 제호는 같되, 외부 사람들이 그 전의 논조나 성격과 판이한 잡지를 만들고 있는 이 사태는 한국 언론사에서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이는 한국 잡지 역사에 새로운 전통을 세우고 지켜 온 시사저널의 불행일 뿐 아니라 한국 언론계 전체의 불행이기도 하다.

게다가 사태는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다. 시사저널 경영진은 그제 직장폐쇄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편집국 출입마저 봉쇄된 기자들은 이제 영락없이 거리를 떠도는 신세가 됐다. 그럼에도 경영진은 따로 마련한 사무실에서 잡지를 계속 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 같아서는 시사저널의 ‘기자 없는 파행 발행’이 언제 끝날지 기약할 수 없다. 자칫하다간 17년을 이어 온 간판 시사주간지가 순간에 몰락하는 안타까운 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

이 사태는 지난해 6월 발행인 겸 편집인인 금창태 사장이 삼성그룹 관련 기사를 인쇄 직전에 독단적으로 삭제한 데서 비롯됐다. 기자들은 즉각 거대 자본의 압력에 굴복해 독립 언론으로서의 정체성을 훼손했다고 반발했고, 사장은 명예훼손 소송을 우려해 결단을 내렸다고 맞섰다. 곧이어 기자를 중심으로 노조가 결성됐고, 편집권 문제 등을 둘러싼 노사 교섭이 6개월 넘게 이어졌다. 하지만 끝내 협상이 결렬되자 노조는 지난 5일 파업에 들어갔고, 회사는 기자 없는 잡지 발행과 직장폐쇄로 맞서고 있다.

이번 사태가 진정 걱정스러운 것은, 편집권이 발행인의 사유물처럼 다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 사장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인물들을 투입해 자신의 입맛대로 잡지를 만들고 있다. 편집권은 발행인 전유물이 아니라 편집과 제작에 참여하는 구성원 전체가 공유하는 것이어야 한다. 편집권이 일부의 전유물로 전락하면, 언론의 공공성과 신뢰는 땅에 떨어진다. 시사저널 경영진과 그들을 도와 잡지를 만들고 있는 언론인들은 이제라도 무엇이 시사저널과 한국 언론을 위한 일인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진정한 언론인이라면, 더 늦기 전에 사태 해결에 나서는 게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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