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26 18:44
수정 : 2007.01.26 19:08
사설
새해 초에 대통령과 여야 지도자가 대국민 연설이나 기자회견을 하는 까닭은 미래 청사진을 밝혀 국민에게 희망을 주려는 데 있다. 노무현 대통령에 이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의 새해 회견도 이런 점에서는 실망스런 부분이 많다. 강 대표는 “지난 4년은 한마디로 잃어버린 세월”이고 “노무현 정권은 무능하고 뻔뻔하다”며 비난과 공격의 날을 세웠다. 야당과 야당 대선주자에 대한 노 대통령의 비틀기식 언급에 맞대응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으르렁거리는 모습은 국민이 바라는 바가 아니다.
상대를 비난하기는 쉽다. 특히 지금처럼 정부·여당의 인기도가 떨어졌을 때는 야당으로서는 적당하게 반대만 해도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요즈음 한나라당의 태도가 이와 유사해 보인다. 강 대표는 “개헌안을 국회에 내는 것은 정략적”이라며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기존 방침을 고수했으며, 남북 정상회담의 “문을 열어 놓지 말고 아예 닫으라”고 요구했다. 국익 등 큰 차원이 아니라 대선에서의 유불리를 먼저 따지는 탓이다. 통합신당이니 뭐니 하면서 열린우리당이 스스로 흔들리는 마당에 현재의 정치 구도나 정세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줄 만한 것은 피해 보자는 계산임을 국민은 다 안다.
이는 현시점에서 차기 집권에 가장 가까이 가 있는 정당이 취할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수권을 노릴수록 미래 지향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반대를 위한 반대나 반사적 이득에만 기대서는 집권에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확인되지 않았던가. 책임있는 정당이라면 개헌 시기는 제쳐두더라도 내용은 국회에 특별기구를 만들어 얼마든지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정상회담 역시 남북관계 진전과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된다면 오히려 야당도 성사에 힘을 합칠 줄 알아야 한다.
다만 강 대표가 올 한 해 “민생과 경제만을 나침반으로 삼아 미래를 놓고 경쟁하겠다”며 민생경제 회담을 제안한 것은 의미가 있다. 개헌을 의제에 포함할지(청와대) 말지(한나라당)가 관건이지만, 모처럼 대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의제 싸움으로 만남이 무산되는 건 옳지 않다. 개헌 등에 의견이 다르면 만나서 얘기하면 된다. 정치 지도자가 만나는 데 조건이 꼭 필요한가. 서로 만나 대화하는 것이야말로 새해 초 국민에게 줄 수 있는 정치권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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