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26 18:45
수정 : 2007.01.26 18:45
사설
1990년 이후 누적된 석면은 81만t이 넘는다고 한다. 이 많은 석면은 대중이 이용하는 지하철, 학교·병원 등 공공시설이나 건축물에 그대로 남아 있다. 우리 주변은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셈이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를 측정·분석할 전문기관도, 석면을 안전하게 제거할 기술·인력이나 업체도, 이를 육성하는 제도도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메트로가 지하철 승강장 천장과 벽면, 그리고 지하철 노반의 석면을 제거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 노동·환경단체가 기뻐하기에 앞서 미심쩍어하는 까닭이 여기 있다. 석면 먼지는 아주 적은 양만 흡입해도 30~40년 동안 폐 등에 박혔다가 악성 중피종 등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킨다. 그 때문에 석면 처리과정에서 석면 먼지가 발생하지 않게 하거나, 먼지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처리 방법도 석면이 존재하는 형태, 곧 스프레이로 천장이나 벽면에 뿌렸느냐, 석면 시멘트 제품으로 건축물 속에 포함돼 있느냐에 따라 달라야 한다. 먼지가 날릴 우려가 높으면 아예 코팅(고형화)하기도 한다. 석면 처리작업이 폭발물 해체 작업에 비교되는 연유다.
선진국이 석면 사용 금지와 함께 석면 해체·제거 면허제도를 도입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 치명적인 위험성을 고려해 숙련된 기술과 전문 장비를 갖춘 업체에만 처리작업을 허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면허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대신 석면 제거작업 사전 허가제를 시행하고, 석면 작업 기준을 제시했다. 그러나 작업 기준은 석면 해체 작업의 특수성조차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허가제는 관리·감독이 이루어지지 않아 유명무실해졌다. 일반 철거업체가 임의로 석면을 해체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렇다 보니, 전문업체는 설자리가 없다. 철거업 면허만으로도 할 수 있는데, 누가 어렵게 전문기술과 고가의 장비를 갖추려 할까. 측정·분석기관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석면 종합대책에서 면허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엔 측정·분석 인증제는 물론, 멋대로 해체·제거할 경우 즉시 처벌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왜 시행을 미룰까. 기존 업체의 아우성과, 갑자기 늘어날 제거 비용 때문은 아닐까? 업체의 민원이나 비용보다 중요한 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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