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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1.28 18:43 수정 : 2007.01.28 18:43

사설

그제 새벽, 민주노총을 이끌 새 임원들이 선출됐다. 국내 최대 노동운동 조직인 민주노총의 노선은 노동운동의 흐름과 개별 기업 노사관계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관심의 대상이다. 비교적 ‘온건 성향’으로 분류된 이석행 후보가 위원장으로 당선된 것을 두고, 언론과 노동계 안팎에서는 반기는 분위기다. “환골탈태만이 살 길인 민주노총으로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발상의 전환을 통한 대전환을 시도”함으로써 “이러한 호기를 활용하지 못한다면” 민주노총은 “영원한 ‘왕따’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는 위협에 가까운 표현까지 눈에 띈다.

이러한 견해들은, 그동안 민주노총의 운동노선이 오류였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정확하지 않고, 앞으로 민주노총의 운동노선이 크게 변화하리라는 것을 기정사실로 한다는 점에서 섣부르다. 이석행 당선자가 상대적으로 유연한 태도를 보여 온 것은 사실이지만 선거운동 과정에서 당분간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했고, 당선된 뒤에도 ‘제대로 준비된 파업’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이용식 사무총장 당선자도 “(자본과 정권에) 정말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비교적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상대 후보에 대한 지지가 47.0%나 됐다는 사실도 눈여겨봐야 한다. 여건이 무르익어야만 사회적 교섭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민주노총 새 지도부의 과제는 산적해 있다. 조직을 혁신해야 하고 산별노조 체제를 구축하며 비정규직 차별을 철폐해야 하는 등 산 넘어 산이다. 이에 대한 자본의 저항은 여전히 만만찮다. 조직 구성원들이 뜻과 힘을 모아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각계 전문가들이 민주노총에 대한 쓴소리를 아무런 의심도 없이 쏟아내는 상황에서는 ‘대기업 노조의 집단이기주의’가 사실이 아닐지라도, 어떻게든 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야 사회 개혁도 가능하다. 너나없이 두루 노력해야 한다.

임원과 대의원의 직선제 도입은 이번에도 위원장 투표 이후 대의원들의 이탈로 처리되지 못했다. 그러나 11시간 동안 진행된 대회에 끝까지 남았던 대의원들, 남성 후보 가운데 어떤 정파에도 속하지 않은 두 사람만 부위원장으로 뽑혔다는 의미심장한 결과를 가슴에 안고 돌아가 다음을 준비할 활동가들이 희망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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