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30 19:28
수정 : 2007.01.30 19:28
사설
경남 합천군청이 2004년 새천년 사업의 일환으로 68억원을 들여 조성한 공원 이름을 이 고장 출신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호를 따 ‘일해공원’으로 짓기로 그제 결정했다. 참으로 몰상식한 일이다. 임시로 붙였던 ‘새천년 생명의 숲’이란 이름을 하필 ‘학살자’로 비난받는 사람의 호를 따서 바꾼단 말인가. 올해는 6월 민주항쟁 20돌이 되는 해다. 역사의 강물을 거꾸로 돌리려는 발상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심의조 합천군수는 일해공원으로 이름지으려는 이유를 “대통령을 배출한 자랑스런 고장이라는 걸 영원히 기념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은 군사쿠데타로 헌법을 유린하고, 광주에서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갔으며, 권력으로 수천억원의 더러운 돈을 챙긴 사람이다. 그 일로 형사처벌까지 받았다. 돈을 숨겨놓고 추징금도 내지 않아 조롱을 받는 사람이다. 그런 대통령을 배출한 고장이라는 게 합천의 자랑거리가 될 거라고 보는 것은 좁디 좁은 시각이다.
합천군은 군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일해’를 지지하는 의견이 과반수를 넘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조사대상이 사회단체장과 군의원, 마을 이장, 새마을 지도자 등 특정인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었으므로 그대로 믿기 어렵다. 설령 합천군민 다수가 일해공원이란 이름을 쓰자고 해도, 그건 안 될 일이다. 공원 조성에는 국민의 세금이 들어갔다. 합천군민, 경남도민만의 세금이 아니다. 나 좋다고 많은 이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이름을 붙일 권리까지는 없다. 전두환 정권한테 부당하게 피해를 본 사람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짓이다. 국가적 망신이다.
합천군청의 결정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저지른 학살 등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러다가 공공연히 찬양하는 사람까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일해공원이란 이름을 강행하려는 이들이 그런 속셈을 갖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합천군청은 일해공원이란 이름을 곧 선포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반대운동이 수그러들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합천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합천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고장으로 여겨질 것이고, 일해공원이란 이름을 결정한 이들의 이름 석 자 또한 오래 기억될 것이다. 합천군청은 부끄럽고 어리석은 결정을 되돌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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