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1.30 19:29
수정 : 2007.01.30 19:29
사설
북한과 미국이 어제 중국 베이징에서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를 두고 양자 협상을 시작했다. 다음달 8일 재개될 6자 회담과 사실상 연계된 중요한 회동이다. 이번 만남에서 북한계좌 동결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6자 회담 재개에 걸림돌이 되도록 해선 안 된다. 이 문제를 질질 끄는 것은 북한은 물론 미국에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 문제는 미국이 2005년 9월 중국 마카오에 있는 은행인 방코델타아시아와 자국 은행들과의 거래를 금지하자 비디에이 쪽이 피해를 줄이려고 북한 관련 계좌 2400만달러를 동결한 사안을 말한다. 미국은 이 은행이 북한의 돈세탁과 달러 위폐 유통 등과 관련됐다며 조사해 왔으나 1년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은 각국에 북한 쪽과 금융거래를 하지 말 것을 요구해 왔다. 이래서는 미국이 북한의 정권 교체를 추구한다는 지구촌의 의혹이 사라지기 어렵다. 묶인 계좌 가운데 절반 남짓을 해제하는 안이 이번 회동에서 논의된다지만 이 또한 과도적 조처일 뿐이다. 미국은 최대한 빨리 전체 사안을 마무리하길 바란다.
북한의 태도 역시 바뀌어야 한다. 북한이 최근까지 달러 위폐를 유통시키고 마약 밀매 등을 통해 외화를 조달한 것은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쪽 의심에 대해 분명하게 해명하고 책임져야 할 대목이 적잖다. 더불어 재발 방지 조처도 필수적이다. 북한이 미국의 적대적 의도만 부각시키려 해서는 국제사회를 이해시킬 수 없다. 비디에이 문제 해결을 6자 회담 재개와 연계해 온 북한의 전략은 오히려 스스로의 약점을 키우고 사태를 악화시켰다. 본격적 협상 국면으로 들어간 지금 문제를 푸는 게 북한으로서도 최선이다.
9·19 공동성명 초기 이행조처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6자 회담은 북한의 핵시설 동결·사찰과 이에 대한 보상이 핵심 의제다. 미국 쪽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94년 제네바 합의와 비슷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밝혔다.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가 제네바 합의에 대한 이제까지의 무조건적 거부심리에서 벗어난 듯해 고무적이다. 미국은 6자 회담이 잘 안 될 경우에 대비해 비디에이 문제를 포함한 대북 금융제재를 카드로 남겨놓으려는 유혹에서 벗어나고, 북한 또한 핵 폐기 노력에 성의를 보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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