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1.30 19:29 수정 : 2007.01.30 19:29

사설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지나치게 마른 모델은 무대에 세우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고 한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지만 모델들은 물론 일반 여성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향이다. 앙드레 김뿐 아니라 다른 디자이너들도 이런 움직임에 합류하기를 바란다.

세계 패션업계는 다이어트 후유증으로 모델들이 숨지는 사태가 잇따르자 지난해부터 이를 막고자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왔다. 스페인이 가장 먼저 체질량지수(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 18.5 이하인 모델들의 활동을 금지했고, 뒤이어 이스라엘, 이탈리아, 미국 등지에서도 저체중 모델의 패션쇼나 광고 출연 금지 등의 조처를 취했다.

그럼에도 한국 패션업계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2007 봄·여름 서울 컬렉션에 참여한 모델들의 평균키와 몸무게가 178㎝에 53㎏이었던 게 그 단적인 예다. 체질량지수가 평균 16.7로 스페인이라면 활동금지 대상이 됐을 것이다. 이런 몸매 유지가 저절로 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마르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식사를 거르고 영양분을 제대로 섭취하지 않은 모델들이 패션쇼 준비할 때 빈혈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앙드레 김의 발언이나,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다 우울증에 걸린 적이 있다는 한 모델의 고백만 보더라도 마른 몸을 요구받는 압박이 그들의 건강을 얼마나 해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마른 몸매 선호에 따른 부작용이 모델들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노르웨이의 한 연구에선 세계 15살~25살 젊은이 가운데 1~2%가 다이어트로 말미암아 음식 섭취에 문제를 겪고 이 가운데 13~20%가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다이어트 산업의 규모가 연간 1조원대를 넘어섰고 10~20대 여성의 80%가 다이어트를 하고 있거나 할 예정이라고 말할 정도로 날씬한 몸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그 결과 거식증에서부터 골밀도 저하에 이르기까지 많은 젊은 여성들이 다이어트 후유증을 앓고 있다.

패션업계가 지나치게 마른 모델을 퇴출시켜 미의 기준을 바꾸도록 노력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보건복지부 등 정부기관이 스페인 등 다른 나라들처럼 관련 기준을 만들고, 패션업계뿐 아니라 텔레비전 등 영상매체에도 그 기준을 적용하도록 요구해 나가는 일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