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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01 09:32 수정 : 2007.02.02 17:23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대한 비판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는 배경에는 협정 자체의 문제와 함께 졸속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의구심이 깊게 깔려 있다. <한겨레>가 확인한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이하 소송제도) 점검 태스크포스’ 회의록은 그게 막연한 불신이 아니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부는 “충분히 검토하면서 진행하고 있다”거나 “우리 이익을 간과한 채 협상을 추진하는 일은 없다”고 호언했다. 낯두꺼움이 놀랍다.

물론 소송제도는 협상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다른 부문도 비슷하지 않겠냐는 게 자연스런 의문이다. 정부 협상단은 소송제도를 수용하겠다는 초안을 미국에 건네면서도 그것이 재정과 공공정책, 그리고 법 체계에 끼칠 파장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태스크포스도 시민단체의 반발로 뒤늦게 구성됐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살펴 보면, 소송제도를 잘못 수용하면 국가 위기 때의 비상 조처도 외국인 투자자의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될 수 있고, 정부 정책을 이유로 보상 요구가 줄을 이어 나라 재정에 큰 부담을 줄 우려도 있다고 한다. 정부 조처의 반사적 효과로 투자자산의 가치가 떨어졌을 때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간접수용’은 헌법과 어긋난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미국은 자국법을 바꿀 내용은 일체 받아들이지 않는데, 우리는 헌법까지 고쳐야 할 판이다.

실무 부처의 면밀한 검토나 부처간 조율 체제가 작동했는지도 의심스럽다. 법무부는 간접수용의 위헌성을 제기하고, 건설교통부는 부동산 규제 정책에 차질이 빚어질까 걱정하며 소송제도를 협정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 와서 문제를 제기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외교부 협상 실무자의 말은 난맥상의 절정이다. 결론은 기가 막힌다. “문제점은 있으나 배제는 현실적이지 않아 보완책을 두는 쪽으로 협상”한단다. 협정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리 쉽게 결론을 낼 수 있는가.

문건 유출 논란이 또 일지 모르나, 문제의 본질이 흐려져서는 안 된다. 졸속 협상이 이뤄지고 있고, 국가 이익이 손상될 처지에 있으며, 정부는 그런 잘못을 감춰 왔다는 사실이 본질이다. 기왕 잘못됐지만 보완해서라도 협상을 매듭짓자는 건 국민을 기만하는 일이다. 협상을 일시 중단하는 일이 있어도 협상 진행 과정 전반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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