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01 19:16
수정 : 2007.02.01 19:16
사설
그제 정부가 현재 80만채인 장기 임대주택을 앞으로 10년 동안 340만채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공공부문이 나서서 펀드를 만들고 여기에 민간 자금을 끌어들여 사업을 벌이는 방식이다. 10년 뒤 임대주택이 전체 주택의 20%에 이르게 하는 야심찬 계획이다. 민간부문의 주택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대응책이다.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서민 주거안정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국민은 내집 소유 심리가 커서 임대주택 확대 정책은 효과를 보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내집마련 심리는 집값 상승이 빠른 속도로 이뤄져 임대주택에 사는 것보다 훨씬 이득이 됐던 오랜 경험에 뿌리를 둔 것이다. 그러나 일시적 오르내림은 있어도 집값은 길게 보면 임대료가 좌우한다. 특히 인구의 거의 절반이 모여 사는 서울과 경기도는 전·월세 가구가 전체의 절반 안팎에 이르는 만큼, 임대료 안정을 주택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는 게 옳다. 그러려면 임대주택을 시중 임대료보다 더 값싸게, 많이,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특히 중산층용 임대주택도 공급을 늘려야 한다. 이런 사업은 투자 회수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리므로 공공부문이 주도해야 하는데, 지금껏 뒷전에 밀려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의지 부족 탓이었다.
앞으로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임대료를 시중가격보다 낮게 해야 한다는 것과 정부의 재정 부담이 크지 않아야 한다는 목표가 충돌할 수 있다. 물론 공공택지를 조성원가 수준으로 사들여 사업을 벌이므로 위험은 적다. 하지만 민간의 자금을 끌어들이려면 일정한 수익률을 보장해줘야 하는데, 이 때문에 재정 부담이 커지게 되면 계획을 성공적으로 이어가기 어렵다. 돈이 새지 않도록 사업 전반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공급 목표치를 채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임대주택이 외면받지 않도록 입지가 좋은 곳의 공공택지를 임대주택 사업에 우선 공급할 필요가 있다.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이, 작은 집과 큰 집이 같은 생활권에 포함되게 하는 고려도 있어야 한다. 임대주택에 들어 사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관리를 소홀히할 가능성이 있다. 단지가 슬럼화하지 않게 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데도 지혜를 모아야 한다. 나중에 분양하게 될 비축용 아파트는 분양가격을 놓고 분쟁이 일지 않도록 미리 큰 원칙을 세워두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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