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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02 18:42 수정 : 2007.02.02 18:42

사설

김성호 법무부 장관이 잇따른 친기업적 발언으로 한나라당과 재계로부터 칭찬을 듣고 있다. 차기 집권 가능성이 높은 정당, 막강한 경제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칭찬받는 것을 탓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그의 발언을 불안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기업만 있고 노동자가 없어서는 나라가 잘 굴러가지 않는데, 그의 발언이 크게 균형을 잃은 탓이다. 그의 발언에선 정부 국무위원이라기보다 정치인의 냄새가 짙게 풍긴다.

김 장관의 최근 발언 내용은 단순히 ‘법무행정’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행사에서 그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한 법무정책 방향’을 주제로 강연했는데, 주로 경제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법이란 게 모든 영역을 다루는 것이긴 하나, 주무 부처가 따로 있다. 정부가 추구하는 경제철학이나 정책에 관련한 것이라면 대통령이나 경제부총리가 밝히는 것이 옳았다고 본다.

발언 내용이 균형을 잃은 것은 더 큰 문제다. 그는 노동자들의 파업을 매우 부정적으로 묘사하면서, 불법파업을 엄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누구도 법을 어겨서는 안 된다. 그러나 회계장부를 조작해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준 기업인들에게는 쉽게 면죄부를 주면서 힘없는 노동자들에겐 사소한 불법조차 엄단하겠다고 하면 법의 잣대가 형평을 잃은 것이다. 지난달 검찰이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의 불법파견 고발사건을 무혐의로 처분한 것도 법무행정에 대한 강한 불신을 키워놓았다. 법에 호소해도 통하지 않을 때, 노동자들이 마지막 수단으로 처벌을 각오하고 불법행위에 나서는 게 우리 현실이다. 균형을 잃은 법집행은 오히려 불법행위를 부추기게 된다는 사실을 김 장관은 알아야 한다.

정부의 행정은 모든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기업의 성장이 전체 경제의 활력을 키우고 노동자들에게도 득이 되는 방향일 때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는 말도 설득력을 얻는다. 기업하기 어렵다는 재계의 불만스런 목소리가 커가는 가운데서도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순이익은 2000년부터 2005년 사이 네 배나 늘었다. 반면, 가계의 소득 증가는 경제성장률을 크게 밑돌고 있다. 이처럼 어느 한쪽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재계가 부담을 느낀다는 이유로, 지난해 입법예고한 상법 개정안을 김 장관이 주도해 재검토하고 있는 것도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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