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립대학의 예산 가운데 불용액 규모가 1조원을 넘는다는 사실은 놀랍다. 2005년의 불용액은 1조2천여억원으로 전체 대학생 등록금의 10%에 이른다. 사립대 전체 운영예산의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문제는 이런 부실 예산이 해마다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학교 관계자들이 정상적인 예산편성을 요구해도 대학 당국은 꿀먹은 벙어리다. 무언가 특별한 의도를 전제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다.이런 부실 예산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세곱절에 이르는 등록금 인상률을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수도권의 한 대학은 예산과 결산의 차이가 두 배가 되기도 했으며, 이 대학은 이런 터무니없는 예산을 근거로 두자릿수 등록금 인상률을 밀어붙였다. 불용액이 부정의 온상이 된다는 일반적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대학 당국의 도덕성은 의심받아 마땅하다. 매년 등록금 인상률을 놓고, 학사행정이 마비될 정도의 분규가 되풀이되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사실 사립대학이 불용액 정도만 예산을 줄인다면 등록금 인상 요인은 없어진다. 물론 대학 쪽은 불용액이 공적인 사업에 쓰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불용액과 더불어 급격히 증가하는 적립금의 규모는 이런 설명을 무색하게 만든다. 2000년 이후 사립대학의 적립금은 해마다 7천억~9천억원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연구비 지원이나 건축비 등 특별한 사업에 쓰인 돈은 일부다. 2000년의 경우 이월 적립금 7691억원 가운데 5000억여원은 그대로 금고에 쌓였고, 2005년에도 2600여억원이나 적립금을 늘렸다. 이에 따라 2000년 2조6853억원이던 적립금 누계는 2005년 4조4138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쓰지 않고 쌓아두는 돈이 이만큼이나 되는데, 물가상승률의 두세 배씩 등록금을 올리는 것을 누가 납득할 수 있을까.
대학만을 탓할 수 없다. 이를 감시하고 통제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개정 사립학교법이 교수와 학생, 동문 등 학교 구성원이 참여하는 대학평의회를 두도록 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대학평의회는 감사 1인을 추천하고, 예산안에 대한 자문 기능도 하도록 했다. 애초 심의기능을 주려다 약화시킨 것인데도 아직 70%의 대학은 대학평의회 구성을 미루고 있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이를 보고만 있는 정부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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