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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04 19:03 수정 : 2007.02.04 19:03

사설

한나라당이 정체성 논란으로 시끄럽다. 발단은 보수파의 느닷없는 공세로 시작됐다. 유석춘 참정치운동본부 공동본부장, 김용갑 의원, 전여옥 최고위원 등이 개별적으로 당내 개혁파인 원희룡, 고진화 의원의 탈당 또는 경선 참가 포기를 요구했다. 이에 두 의원은 각각 정체성에 대한 끝장 토론을 제안하거나 유 본부장 등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이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들의 노선과 철학, 정책을 다시 점검하고 토론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그리 나쁠 게 없다. 다만, 그러한 토론과는 별도로 정체성 논란에 숨어 있는 색깔론과 반민주적인 태도 등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선 ‘깨끗한 정치’를 구호로 출범한 참정치운동본부의 본부장한테서 낡은 색깔론이 어른거리고 있는 점이다. 본래 극우성향이었던 김 의원이나 전 최고위원의 주장은 새삼스러울 게 없다. 그러나 유 본부장이 “한나라당의 정체성과 지향하는 이념에 배치”된다며 개혁파를 색깔로 공격하고 나선 것은 매우 걱정스런 대목이다. 낡은 옛 우파와 똑같은 편협한 이념을 지닌 신 우파로는 정치 발전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소장 개혁파들이 각종 사안에서 한나라당의 다수와는 다른 목소리를 많이 제기했던 것은 사실이다. 학생 때의 생각은 어땠는지 모르나, 현실 정치인이 된 뒤 이들의 모습은 혁명론자가 전혀 아니다. 우리 사회를 변화와 개혁으로 좀더 나은 사회로 만들자는 평범한 주장이다. 다수인 수구 보수파와 다른 부분이 있다면 적어도 이들은 아직까지는 소수 기득권 세력을 두둔하는 일에 앞장서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인적인 신념을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지는 한나라당 구성원들이 결정할 문제이기는 하다. 그러나 개혁과 변화라는 온건한 신념조차 포용하지 못한 채 경선을 포기하라느니 탈당하라느니 요구하는 정당이라면 기본적으로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다. 과거 독재자인 당 총재의 뜻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던 유신 시절 공화당이나 5공화국 시절 민정당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은 단순히 일개 보수정당에 그치지 않는다. 많은 변수가 남긴 했지만, 현재로서는 올 대선에서 집권할 가능성이 가장 큰 정당이다. 개방성을 포기한 채 폐쇄성과 수구성을 추구해서는 한나라당의 장래뿐 아니라 나라의 미래도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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