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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2.04 19:04 수정 : 2007.02.04 19:04

사설

고려대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이필상 총장의 표절 시비로 불거졌던 이번 사태는 이제 권력투쟁 양상으로 바뀌었다. 표절 주장과 동시에 제기됐던 음모론은 총장에 대한 조직적인 협박과 사퇴 종용 의혹으로 발전했다. 몇몇 교수들은 표절 사실 공개를 빌미로 총장직 사퇴와 입원을 제안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지성과 양심의 마지막 보루라는 대학 사회에서 이런 일이 어떻게 벌어질 수 있는지 실색할 따름이다.

더 놀라운 것은 대학 사회의 자포자기다. 지난 1일 열린 교수들의 대의기구인 교수의회는 이 두 문제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했다. 그러나 교수의회는 판단을 유보했다. 1차 회의가 파행으로 끝나고 1주일이나 지났으니, 나름대로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교수의회는 논점이 명백한 표절에 대해서도 난상토론만 벌였을 뿐이다. 교수의회는 이에 따라 조사위의 보고서와 이 총장의 소명서를 재단 이사회에 그대로 전달하기로 했다고 한다. 학문적 양심에 따라 사실관계에 입각해 심판해야 할 사안을,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 재단에 넘긴 것이다. 교수들 스스로 자정능력 상실을 선언한 셈이니, 앞으로 어떻게 대학의 자율성을 주장할 수 있을까.

고려대는 독재정권 아래서 지성의 날선 양심과 용기로 우리 사회의 향도 구실을 자처했던, 대표적 사학이다. 그러나 세계화의 파고 속에서 이 대학은 경쟁력과 효율성의 기치를 높이 들고, 취업사관학교로 변해갔다. 교수는 연구력보다는 영업력으로 평가받았다. 사회적 현안, 약자에 대한 관심은 사라지고, 학교권력에 대한 관심은 커졌다. 그에 따라 학교 사회엔 권위주의가 팽배했고, 패거리 의식은 높아졌다. 이건희 삼성 회장에 대한 명예박사학위 수여에 이의를 제기했다고 학생들을 여론재판에 세우거나, 보건대 학생의 투표권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학생들에게 내린 극단적인 출교처분은 이런 풍토 속에서 나온 것이었다. 지금의 고려대 사태도 마찬가지다.

대학은 정글의 법칙이나 실험하고, 권위에의 순종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고려대 문제를 일반화시켜 다른 대학까지 의심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대학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경쟁력과 효율성의 신을 섬기는 경향은 다른 대학이라고 다르지 않다. 이런 사태는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으로 저 탁류를 되돌릴 수 있을까. 교수들은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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