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7.02.05 19:02 수정 : 2007.02.05 19:02

사설

법원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특경가법)의 배임·횡령 등 네 가지 혐의로 기소된 정몽구 현대차 회장에게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어제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재계의 거물에게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을 선고한 점은 두드러져 보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재벌비리에 대해 법원이 엄단 의지를 보였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법이 정한 형량에 견주면, 그리고 일반인에 대한 엄한 판결에 견주면 이번에도 재벌총수라고 해서 관대한 판결이 나왔다는 지적을 피할 수가 없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화이트칼라 범죄를 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그것이 재벌총수한테는 미치지 않는 듯하다.

특경가법은 횡령이나 배임죄의 경우 이득액이 50억원을 넘으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법원은 정 회장에게 법정 최저형보다 2년 낮은 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등의 정상을 참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5년에서 2년을 깎은 것은 법관의 재량이 지나쳤다고 본다.

‘징역 3년’이 더욱 주목되는 것은 집행유예가 가능한 형이라는 점이다. 대개 항소심을 거치면서 형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은데, ‘징역 3년’이란 선고가 앞으로 집행유예로 가려는 사전정지 작업이 아닌가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 법원은 에스케이글로벌 분식회계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에게도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한 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등 여러 차례 그런 사례가 있다.

사실 이번 판결은 검찰이 징역 6년을 구형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회삿돈 900억원을 횡령한 사람에게 엄정한 처벌을 해야 한다면서 법정 최저형보다 겨우 1년 많은 형량을 구형한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참여연대가 2000년 이후 배임·횡령 혐의로 기소된 기업인들 쪽 판결사례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73.7%가 징역 3년 이하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다고 한다. 정치권력에 의해 흔들리던 법의 잣대가 지금은 경제권력 앞에 흔들린다는 지적에서 이번 판결도 자유롭지는 않은 듯하다. 물론 이번 판결은 1심일 뿐이다. 아직 항소심이 남았다. 다툴 것은 다투되, 뚜렷한 이유도 없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형을 줄여 또한번 그럴 줄 알았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를 바란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