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06 18:47
수정 : 2007.02.06 20:56
사설
그동안 선도 탈당이니 기획 탈당이니 말도 많더니 김한길, 강봉균 의원 등 열린우리당 의원 23명이 어제 결국 집단 탈당했다. 이들은 별도의 국회 교섭단체를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개별적으로 탈당한 의원들은 합류하지 않을 모양이지만, 이로써 열린우리당은 창당 3년 만에 사실상 둘로 쪼개졌다. 제1당 자리도 한나라당에 내줬다. 앞으로 있을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나갈 의원들이 더 있다고 하니 여당 처지가 그야말로 한심하다.
“우리 자신을 허허벌판에 내던져서 국민통합 신당의 밀알이 되겠다”고 탈당 선언문에서 밝혔듯이 이들의 탈당 이유는 통합신당 창당이다. 공허하다. 열린우리당이 내부 논의를 통해 추진을 결의한 신당과 탈당파들이 주장하는 신당이 도대체 뭐가 다른지 국민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 신당 주도권을 둘러싼 다툼이거나 아니면 야당이 의심하듯이 나중에 다시 깜짝 합해서 그럴듯하게 보이게 하려는 정치적 쇼 아니냐는 비아냥거림을 들어도 할말이 없어 보인다.
더구나 탈당을 주도한 면면을 들여다보면 염치없다는 소리도 들을 만하다. 직전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서 여당의 국회 운영과 정책을 좌우했기에 여당이 이 지경에 이른 데 일말의 책임이 있는 당사자들이다. 남보다 먼저 보따리를 쌀 처지가 못 된다.
탈당파나 여당 잔류파들은 12월 대선 전에는 다시 만날 것이라고 서로 얘기하고 있다고 한다. 만나든 따로 가든 스스로 선택할 문제이며, 그에 대한 최종 심판은 다음 선거에서 국민이 내리면 된다. 다만, 여권 의원들의 정치판 새로짜기로 말미암아 국정운영이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국민들로서는 큰 문제다. 정부·여당이 추진해 온 부동산 관련 후속 법안 등 주요 법안이 당장 이번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건교위 탈당 의원들이 자신이 당정협의에서 합의했던 부동산 법안에 반대하겠다고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무책임한 행동이다.
통합 신당에 대한 견해 차이 때문에 탈당하더라도 3년 전 국회의원 당선 때 국민이 뽑아준 대의에는 충실하는 것이 옳다. 탈당파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책임있게 국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게 빈말이 아님을 국회에서 증명해야 할 것이다. 예측이 가능한 국회 운영을 위해 국회 운영위원장 등에 대한 견해도 하루빨리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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