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06 18:48
수정 : 2007.02.06 18:48
사설
서울 동부지검의 한 검사가 사건을 수사하면서 제이유 간부에게 거짓 진술과 증언을 요구하는 내용의 녹취록이 그제 공개됐다. 녹취록의 일부만으로는 어떤 맥락에서 그런 말이 나왔는지는 확실치 않은 구석도 있다. 피의자가 녹음기를 일부러 갖고 가 수사과정을 녹음한 점, 주수도 회장에 대한 1심 선고를 앞두고 녹취록을 공개한 점은 썩 개운치만은 않다. 그럼에도 검사가 거짓 증언을 요구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검사와 나눈 말을 밖에 나가서는 하지 말라고 당부한 대목도 있고, 몇몇 표현은 당사자에게 협박으로까지 들릴 만하다.
검사가 거짓 진술과 증언을 요구한 것은 참으로 충격적이다. 법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일이다. 비록 미수에 그쳤지만 무고한 사람이 짜맞추기 수사의 피해자가 될 뻔했다. 불과 몇 달 전에 검찰은 위증사범을 엄단한다는 방침을 내놓지 않았던가. 이번 일은 한 검사의 빗나간 의욕에서 비롯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관행에 심각한 문제가 있기에 일선 검사가 그런 무리수를 쓴 것이라는 지적도 그냥 흘려듣기 어렵다. 녹취록이 있어서 이번 사건이 드러났을 뿐, 묻혀진 일은 또 얼마나 많겠는가 의심이 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최근 몇몇 주요 사건에서 법원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거물 금융브로커라고 밝히고 검찰이 기소했던 김재록씨 사건 공판에서 법원은 주요 혐의를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국장의 수뢰 혐의에도 무죄 판결이 나왔다. 비록 1심일 뿐이었으나, 검찰이 증거가 부족함에도 무리하게 짜맞추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지난해 “검찰조서를 던져버리라”고 한 말에 검찰이 거세게 반발했으나 이번 일로 할말이 없게 됐다.
신뢰회복을 위한 검찰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이번 사건으로 묵묵히 자기 일을 다하는 검사들까지 마음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검찰은 이 사건을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치욕스런 일로 두고두고 기억해야 한다. 대검찰청이 어제 특별감찰에 나서 진상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했으니, 우선은 지켜볼 일이다. 거짓 진술 요구가 사실이라면 일벌백계로 다스리고 지휘책임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처벌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밀실수사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꿔 검찰 수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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