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08 18:50
수정 : 2007.02.08 18:50
사설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훔쳐 온라인 게임에 가입한 뒤 돈벌이하는 이들을 위해 주민등록 초본을 몰래 발급받은 사건이 적발됐다고 한다. 개인정보 도용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협업 단계로 번진 셈이다. 게다가 이 일은 한국과 중국간 거래 성격까지 띠고 있다니, 범죄의 범위와 대담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전북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6일 금융회사 채권추심 담당자를 동원해 남의 주민등록 초본을 몰래 발급받은 이를 붙잡았다. 이 사람은 이른바 ‘게임캐릭터 관리브로커’다. 점조직 형태로 활동하는 까닭에 지금까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이다.
이 신종 불법 행위는 여러 단계의 사태 진전 끝에 나타난 것이다. 전체 사태는 온라인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을 잘하는 데 필요한 소도구(아이템)들을 사고파는 데서 비롯됐다. 게임 이용자가 늘면서 소도구 거래 규모가 급격하게 커졌고, 이 틈에 전문 거래꾼들도 등장했다. 거래꾼들은 소도구를 빨리 얻으려고 게임 조작을 자동화한 ‘게임 작업장’을 운영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주민번호를 도용해 대량으로 게임에 가입하는 게 보통이다. 지난해 2월 누군가 수많은 사람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게임에 가입한 이른바 ‘리니지 명의 도용’ 사태도 바로 이들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이 사건이 불거지면서 단속이 강화되자 게임 작업장들이 대거 중국으로 옮겨갔고, 중국 쪽에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를 파는 사례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젠 중국 쪽을 대신해 사용 정지된 게임 계정 재개통 따위의 뒷수습을 해주는 관리브로커까지 등장한 것이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건, 금융회사의 이용자 개인정보 및 직원 관리 소홀, 허술하게 초본을 발급해준 행정기관의 허점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게임 작업장의 접근을 막을 방안을 찾아야 마땅한 게임 서비스 업체들도 분명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개인정보 도용은 개인정보 유출 방지부터 불법 도용 단속까지 총체적인 노력이 없이는 쉽게 막을 수 없다. 이젠 신종 사건이 터져나올 때마다 땜질식으로 대응책을 찾는 방식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정부는 개인정보 축적부터 사용·유지·관리까지 전과정의 허점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대응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리고 대책의 핵심은 온라인에서 주민번호를 대체할 신분 확인 수단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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