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08 18:51
수정 : 2007.02.08 18:51
사설
북한을 떠나 한국 국민이 된 새터민(탈북자)이 곧 1만명을 넘어설 예정이다. 증가 속도도 빠르다. 1999년 처음으로 연간 입국자가 100명을 넘은 이후 3년 뒤인 2002년에는 1천명, 지난해엔 2천명을 넘어섰다. 매일 대여섯꼴이다. 새터민 10만명 시대도 먼 앞날의 일만은 아니다.
새터민의 한국 생활은 고달프다. 얼마 전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새터민 133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29.7%가 실업자다. 취업자도 정규직은 조금밖에 되지 않고 일용직·비정규직이 4분의 3을 차지한다. 그러다 보니 월수입 100만원 미만자가 85.8%나 된다. 지난해 대한적십자사 조사에서도 새터민들은 ‘한국사회에 적응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으로 43.6%가 ‘직업을 갖는 것’을 꼽았다. 학생 연령층이 새터민의 20% 이상을 차지하지만 실제 재학생은 그 절반에 지나지 않는 것도 큰 문제다. 재학생들조차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해 열에 한둘이 중도탈락한다.
정부는 새터민에 대한 일시불 정착지원금을 줄이는 대신 취업 기간에 따라 장려금을 늘려 지급하는 방안 등을 새로 마련했다고 한다. 정착지원금이 입국 브로커 비용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자활 의지를 고취한다는 면에서 타당하다. 하지만 새터민 대부분이 최하층 생활을 하는 현실을 타개하는 데는 역부족이다. 대증요법에서 벗어나 긴 시야로 정책 틀을 다시 세울 때다.
새터민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도록 하자면 새터민 자신은 물론, 정부·시민사회의 공동 노력이 필수적이다. 우선 새터민들은 새 생활에 적극적으로 적응하고 나아가 한국 사회에 기여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하늘도 스스로 돕는 이를 먼저 돕는 법이다. 정부는 새터민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때까지 교육·훈련·주거 등에서 지속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중앙 정부 차원의 통합 지원이 어려울 정도로 새터민 규모가 부풀어오른 만큼 지방 자치단체들의 구실이 훨씬 더 커져야 함은 물론이다. 시민사회 단체들의 지원 프로그램도 더 늘어야 하고, 국민의 인식 전환과 일상적 관심도 필요하다.
새터민들의 성공적인 정착 여부는 남쪽 사회의 통일 역량을 보여주는 시금석이기도 하다. 1만명 시대에 잘 대처하지 못하면 10만명 시대는 말할 것도 없다. 새터민을 남쪽에 데려오기 위해 애쓰는 것 이상으로 순조로운 통합에 비중을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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