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09 18:46
수정 : 2007.02.09 18:46
사설
노무현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청와대에서 만나 국정 현안을 놓고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2005년 9월 대연정 문제를 논의하느라고 노 대통령과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만난 이후 1년5개월 만에 이뤄진 만남이다. 분위기도 괜찮았다고 한다. 원칙적이고 선언적이기는 하지만, 양쪽은 민생 과제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한다는 공동 합의문도 냈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확대와 국민연금 제도 개혁,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 방안, 지방투자 활성화 방안 마련 등이 대표적 내용들이다.
물론 두루뭉수리한 합의문과 달리 막상 회담 내용을 뜯어보면 구체성이 결여됐거나 의견차가 여전히 적지 않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문제만 하더라도 노 대통령은 민간 아파트까지 확대할 것을 주장했지만, 강 대표는 민간 아파트는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했다. 사법개혁 관련 법안과 사학법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합의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사학법 문제에서 노 대통령이 “여야 절충을 통해 타협하는 것이 좋다”며 여당의 양보를 촉구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예전처럼 혼선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감이며, 일부에서 의심하는 두 법안에 대한 밀실 ‘빅딜’이 아니길 바란다.
개헌 문제 등 정치적인 현안에서는 더 많은 견해차가 확인됐다. 강 대표는 열린우리당 의석 감소 등으로 현실성이 더 떨어졌다며 개헌안 발의를 하지 말 것을 요구했으나, 노 대통령은 “국민들로부터 도덕적 심판을 받고 싶다”며 발의 방침을 분명히했다. 충분히 예상됐던 부분이다.
하지만, 실패한 회담이라고 규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큰 성과가 없더라도 양쪽이 만나 현안을 두고 충분히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의 주요한 절차이자 과정이다. 대화 단절로 정치적 갈등과 반목이 심해지는 것을 자주 봐오지 않았던가. 특히 국정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은 제1 야당 대표뿐 아니라 여당, 다른 야당 대표 등 정치 지도자들을 자주 만나서 그들의 의견을 듣고 국정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주 만날수록 좋다.
여야는 이번 회담을 대화정치의 새로운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마침 임시국회가 열린 만큼 각급 대화 창구를 활발하게 가동해야 한다. 쟁점 법안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를 함으로써 생산적인 국회로 이끌기 바란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