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2.11 19:41
수정 : 2007.02.11 19:41
사설
어제 전남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불이 나 외국인 9명이 숨지고 18명이 다친 참사는 외국인 보호시설을 감옥처럼 운영하는 실태와 무관하지 않다. 쇠창살만 없었더라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정부가 ‘보호’하던 외국인들이 숨졌다는 건 국제적인 망신이다. 불법 체류자라 하더라도 안전하게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건 국가가 할 최소한의 임무다.
이번 참사는 자칫 외교적 마찰로 번질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다. 정부는 우선 피해자·유족과 해당 국가에 정중히 사과하고 보상 문제 등에서 뒷말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과 같은 비극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외국인 보호시설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 책임자를 가려내 엄중하게 문책하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하지만 근본 대책은 출입국관리 업무와 미등록 외국인 보호 조처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합법적인 국내 체류 자격이 없는 외국인을 범죄자처럼 여기는 생각을 뿌리뽑아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초 낸 ‘미등록 외국인 단속 및 외국인 보호시설 인권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보고서는, 출입국관리법이 법 위반 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 등의 대상이 되는 행정범죄와 범죄는 아니지만 행정처분의 대상이 되는 위법행위”로 나누고 있다면서, 불법체류자가 곧 범죄자는 아니라고 밝혔다. 또 외국인의 보호소 수용은 범죄자 구금이 아니라 “강제퇴거를 위한 신병확보”라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그러나 불법체류 단속과 보호소 운용 실태를 보면 이런 인식이 완전히 실종됐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여수나 인천 보호시설만 봐도, 쇠창살을 설치하는 등 감옥과 비슷한 환경이라고 한다. 인권위의 실태조사에서도 인권 탄압이 수없이 확인됐다. 조사 대상의 대부분이 시설에 불만을 느끼고 자신들의 권리를 제대로 통보받지 못했다고 한다. 조사 대상의 68%가 수갑을 찬 경험이 있었고, 변호사나 자국 영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나 이의 신청할 권리, 인권침해에 대해 진정할 권리를 통보받은 사람은 전체의 20%도 안 된다고 한다.
정부가 이번에 숨진 외국인들에게 진정 사죄하는 길은, 불법체류 단속과 외국인 보호시설 운영 방식을 완전히 바꿔 외국인 인권 탄압을 뿌리뽑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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