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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일 독트린’ 에 거는 기대 |
정부가 대일본 정책의 기조를 큰 폭으로 전환하는 ‘한-일 관계 독트린’을 발표했다. 수교 뒤 40년 동안 지속돼 온 ‘조용한 외교’를 ‘원칙에 기초한 적극적인 대응’으로 바꾼 것이다.
정부의 문제의식은 타당하다. 지금까지의 인식은 평화롭고 번영하는 동북아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본을 숙명적 동반자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과거사나 독도 문제 등과 관련한 일본 쪽의 도발에 여론이 들끓더라도 될수록 조용한 해결을 추구한 것이 정부의 기본적인 태도였다. 이런 정책이 완전히 틀렸다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일본의 우경화는 급속하게 진행됐고, 최근에는 국수주의, 군국주의화 경향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갖가지 도발과 망언도 더 잦아졌다.
이런 상태로는 동북아의 번영은커녕 잠재적인 분쟁 가능성만 커질 뿐이다. 이런 면에서 정부의 정책 전환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우리의 소극적인 대응이 일본 쪽의 무분별한 행위를 은연중에 부추긴 측면은 없는지 자성해 봐야 한다.
아울러 정부에 당부할 것이 있다. 우선 단호하면서도 일관된 태도를 유지해 달라는 것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문제가 생겼을 때는 발끈했다가 시간이 지나고 나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역사 왜곡, 일제 피해자, 독도 문제 등의 현안을 해결하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일본 쪽에 분명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국제사회와 일본 안 양심세력의 지지를 확보하는 일도 게을리해서는 한 된다. 우리가 가진 도덕적 우위에다 정교한 논리, 폭넓은 노력을 결합시켜 국제적인 지지기반을 넓혀가야 한다. 정부가 ‘인류 보편적 가치와 상식’을 내세운 것도 이런 취지라고 본다. 민관 합동기구를 꾸려 겨레의 에너지를 결집시키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일본이 스스로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자폐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성의 있는 조처를 취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최근의 경우처럼 일방적으로 문제를 과거보다 악화시켜 놓고는 오히려 큰소리치는 일도 절대 없어야 한다.
바야흐로 미국·중국·일본 등 한반도의 정세에 큰 영향을 끼치는 주요국들과의 관계가 한꺼번에 조정되는 시점이다. 단기적인 진통이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시대의 요구라는 측면이 더 크다. 얼마나 슬기와 용기를 발휘하느냐에 따라 몇 해 뒤 우리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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